이성태(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세계적인 환율 동향과 관련해 “단기적으로 보면 달러-유로, 엔-달러, 원-달러 환율 모두 천장을 한 번 테스트한 것으로, 한계선을 한 번 갔다 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최근 1000원 선을 넘었다가 900원 선으로 복귀한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 상승하기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이 총재는 25일 한국외국어대 총동문회의 기업인포럼인 ‘제6회 세계외대 미네르바 포럼’ 강연에서 “1∼4월은 경상수지도 좋지 않고 외국인 배당송금 수요도 있어 외화 사정이 별로 안 좋은 시기”라며 “(외환) 시장이 과열된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관련해 “최악의 상황은 지나간 것 같다”면서도 “미국 경제가 좋지 않으니까 달러는 장기적으로 계속 약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더 대형사건이 터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발언과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물가 중시 발언 등의 영향으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20.9원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해 976.3원에 거래를 마쳤다. 3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것. 이날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은 2001년 4월 6일 이후 하루 하락폭으로 가장 큰 것이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