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디자인과 첨단장치, 고성능 엔진을 넣고 비싼 가격을 받는다고 럭셔리 혹은 프리미엄급 차종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전통과 자동차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인정할 때 진정한 럭셔리급이 되는 것이죠.
롤스로이스, 벤틀리,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이 대표적인 럭셔리 카에 속합니다. 스포츠카 메이커 중에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셰 등이 있습니다. 이들 중에 처음부터 럭셔리 클래스로 인정받은 브랜드는 많지 않습니다. BMW는 1970년대, 아우디는 1980년대 들어서야 럭셔리 브랜드로 발돋움했다고 보면 됩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1987년 미국 시장에서 벤츠 S클래스를 벤치마킹한 ‘LS400’을 처음 내놨지만 곧바로 럭셔리 브랜드로 인정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후속 차종들이 잇따라 인기를 얻으면서 1990년대 들어서는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현재는 미국 자동차 분류에서도 럭셔리 클래스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백 종류의 고급 수입차를 타 본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제네시스는 성능과 품질 면에서 럭셔리급은 아니라도 분명히 프리미엄급 수준에는 올랐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디자인에 대한 현대차만의 철학이 쌓여야 하고, 고객들이 소유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 로고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브랜드 로고는 의류에 적용해도 팔릴 정도의 가치를 가져야만 합니다.
벤츠, BMW, 포르셰의 박물관을 가봤는데 자신들의 브랜드 로고가 박힌 다양한 의류나 소품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가격이 비싸지만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현대차는 아직 박물관조차 없습니다. 또 현대차의 ‘H’자 로고나 제네시스의 날개 모양 엠블럼이 들어간 옷이나 소품들을 만든다면 구입하는 일반 소비자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30년 전에는 BMW나 아우디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한국의 자동차회사들도 10년 뒤에는 당당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품질과 성능 이상으로 고객 서비스와 디자인 및 자동차에 대한 철학을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야겠죠.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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