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군 덕곡면 예리에서 토마토와 오이 농사를 짓는 류재천(45) 씨는 3일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농사를 짓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며 “농촌 현실이 어려운 편이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구 출신인 류 씨는 경북 경산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가족과 함께 2004년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고령으로 귀농했다. 아들, 딸 3명도 고령에서 초등학교에 다닌다.
류 씨의 사례처럼 최근 귀농의 ‘질’이 달라져 눈길을 끌고 있다. 막연한 귀농이 점차 사라지는 대신 ‘준비된’ 귀농 인구가 늘면서 농촌에 잔잔한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경북지역에는 626가구가 귀농했다. 이는 2006년(378가구)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귀농 이유도 ‘농사를 짓기 위해서’가 481명(77%)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모 봉양’ 48명(8%), ‘실직’ 41명(6%) 순이었다.▶표 참조
1990년부터 2006년까지 전국의 귀농자 2만5697가구 가운데 경북으로 귀농한 경우가 5302가구(20.6%)로 가장 많았다. 경남 4336가구, 전남 4097가구, 전북 2864가구였으며, 대구는 52가구였다.
경북의 귀농 인구가 많은 이유는 다른 지역에 비해 소득 작물인 사과와 참외, 포도, 복숭아, 고추, 한우 등의 생산량이 많은 데다 친환경 농업을 위한 기반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경북농정대상’을 받은 농민 10명 가운데 4명이 귀농자였다. 류 씨를 비롯해 사과 농사를 짓는 최진영(36·문경시 동로면), 농축산물 가공업을 하는 안중선(44·봉화군 봉성면), 한임섭(55·의성군 단촌면) 씨 등이다.
이들은 친환경 농업기술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해 해외시장까지 개척하고 있다.
기술개발 분야에서 대상을 받은 류 씨는 1.6ha에 토마토와 오이를 재배하면서 2006년 ‘토마토 잼’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딸기 잼은 많지만 토마토 잼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는 토마토 잼을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건강식품원료 박람회에 선보였다.
류 씨 부부는 ‘한팜’이라는 농업회사를 설립하고 ‘참지기’(자연과 함께 참된 농사를 짓는 사람들)라는 브랜드도 개발했다.
그는 “질 좋은 토마토와 오이를 생산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가공과 유통도 할 수 있어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경쟁력을 가지려면 적절한 투자가 필요한데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어려운 점도 많다”고 했다.
대구 출신인 부인 박순선(42) 씨는 “부부 기업을 꾸려가기가 힘들기도 하지만 서로 격려하면서 꿈을 이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올해 3년 미만 귀농가구 100곳을 선정해 가구당 500만 원의 정착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귀농자 영농교육을 강화하고 전원생활 박람회를 통해 농촌 생활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