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 절반은 지금 소송중

  • 입력 2008년 4월 5일 02시 55분


작년 분양가 상한제 피하려 서둘러 인허가 추진

주민-조합간 공사비 등 졸속 합의… 소송 잇따라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 중년의 남자 3명이 100여 명에게 둘러싸인 채 삭발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금호 17∼19구역’의 재개발 비상대책위원장과 조합원으로 성동구청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고 있었다. 비대위는 “지난해 조합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려고 서둘러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조합원의 도장을 허위로 만들어 성동구청의 인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

지난해 11월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려고 재개발 계획안(관리처분)을 신청한 서울시내 40여 곳의 재개발 구역 가운데 절반인 20여 곳이 소송에 휩싸였다.

소송의 쟁점은 조합이 재개발을 급하게 추진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추가부담금의 액수를 낮춰 얘기했거나 허위 서류로 사업허가를 받았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재개발 사업이 이처럼 지연되는 곳이 많으면 2, 3년 뒤에 서울 도심의 아파트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다.

분양가상한제 회피 서울 재개발 지역
구역시공사총공급량(채)
미아뉴타운8두산건설1380
미아10-1동부건설376
고척3벽산건설339
전농, 답십리삼성물산 등2421
아현4GS건설1150
아현뉴타운 아현3대우건설 등2539
가재울뉴타운4GS건설 등4047
가재울뉴타운3삼성물산 등3304
금호19삼성물산1057
왕십리뉴타운1삼성물산 등1369
응암8현대건설1148
신당6삼성물산784
재개발 일정은 조합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음. 자료: 업체 및 조합 종합

○ 서울 재개발은 ‘소송 몸살’

금호 17∼19구역의 비대위에 따르면 조합 측은 지난해 10월 “상한제만 피하면 2억 원을 추가 부담금으로 내고 전용면적 85m²(30평형대)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며 조합원 동의서 제출을 독촉했다.

비대위 이성호 위원장은 “같은 달 25일 관리처분 총회에서 재개발 최종계획안을 통과시킨 뒤에야 실제 추가 부담액이 당초보다 1억6000만 원 이상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재개발조합 측이 조합원의 도장을 위조했다”며 성동경찰서에 조합장을 고발한 상태다.

추가부담금이 많다는 이유로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 4구역 조합원 1200명도 최근 관리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인근 가재울 3구역도 같은 이유로 관리처분 변경을 위해 임시총회 개최를 추진 중이며 은평구 응암 7∼9구역, 마포구 공덕 5구역 등도 조합원과 조합, 시공사 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말 관리처분을 신청한 곳에서 공급될 주택은 4만여 채에 이른다. 주택업계는 이 가운데 절반만 사업이 지연돼도 향후 2, 3년간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송이 길어져 관리처분 이후 2년간 사업이 진척되지 않으면 허가 자체가 취소된다.

재개발 자문업체인 예스하우스 전영진 사장은 “허가 취소 후 다시 사업을 추진하면 당초보다 용적률이 낮아져 공급량이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들쑥날쑥한 공사비와 이주비가 쟁점

논란의 초점은 조합이 시공사 측 방침을 지나치게 반영해 높게 공사비를 책정했다는 것.

실제 지난해 11월 말 관리처분을 신청한 재개발구역들은 지역에 따라 공사비 차이가 컸다. 금호 17∼19구역의 3.3m²(1평)당 공사비는 17구역 419만 원, 18구역 424만 원, 19구역 408만 원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에 관리처분 총회를 마친 인근 금호 14구역과 왕십리 3구역의 3.3m²당 공사비는 각각 355만 원과 331만 원으로 금호 17∼19구역과 꽤 차이가 난다.

전 사장은 “비슷한 시기에 책정한 공사비가 재개발구역별로 10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관리처분을 신청한 재개발구역에서 이주비가 낮게 책정된 것도 논란거리다.

금호 18구역의 한 조합원은 “인근 재개발 구역보다 이주비가 20% 이상 적다”며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내주고 나면 재개발 공사 기간 동안 살 곳을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금호 18구역 조합 측은 “지형에 따라 공사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문서를 위조한 일은 없으며 이는 법정에서 사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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