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길라잡이]먹구름 증시에 ‘원자재가 안정’ 햇살

  • 입력 2008년 4월 5일 02시 55분


10여 년 전 이코노미스트지 표지에 실렸던 만화 컷은 지금껏 증권시장의 비효율성과 군중 심리를 상징하는 ‘고전’으로 꼽히다.

‘뛰어난(excel)’ 주식을 샀다는 한 투자자의 말을 옆 사람이 그만 ‘팔라(sell)’는 말로 잘못 알아듣고 그것이 점점 입 소문으로 퍼지면서 시장은 온통 투매상태에 빠지게 된다.

한편 광란의 폭락사태에 절망한 어떤 투자자가 ‘안녕(goodbye)’하며 시장을 떠나자 옆 사람들이 이 또한 말 머리를 잘라 ‘사라(buy)’는 말로 잘못 알아들으면서 이번에는 주식 매수 열풍이 불게 된다. 잘못된 정보와 군중심리로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을 반복하는 주식시장을 날카롭게 풍자한 것이다.

그런데 3월 중순 이후 세계 금융시장에는 이와 비슷한 두 가지 현상이 한꺼번에 벌어지고 있다. 신흥 개발도상국의 수요로 인해 장기적으로 뛰어난(excel) 투자 대상으로 꼽히던 원자재 시장은 급작스러운 매도(sell) 폭주로 하락 반전했다. 반면 가중되는 신용경색으로 인해 작별(goodbye)을 고해야 할 것 같던 주식시장은 매수(buy)가 살아나면서 상승세로 반전했다.

이런 원자재 가격과 주가의 상반된 움직임은 주식시장이 일단 안정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심증을 갖게 한다. 1, 2월에도 주가 반등세가 있었지만 원자재 가격 강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 여러 해와 달리 더는 원자재와 주가의 동반 강세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최근의 원자재 가격 하락은 주식시장의 안정세를 지속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조건이 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진정되면서 경기침체 및 신용경색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선택의 여지가 그만큼 넓어지기 때문이다.

여전히 반론도 많지만 미국의 금융위기가 최악을 통과하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진단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최악의 시기가 올해 3, 4월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1년 전부터 있었다. 고금리로 전환되는 모기지대출의 규모가 가장 큰 시점이고 따라서 모기지 부실 발생이 최고치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제 바로 그 시점이 도래했고 마침 원자재 가격의 강세가 진정되고 있어 지난 1분기(1∼3월)보다는 시장 여건이 호전됐다고 볼 수 있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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