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은행 송금수수료 낮춰라” 공문… ‘관치금융 부활’ 논란

“서민 민원 많아 협조 요청한 것” 해명

최근 청와대가 은행들의 소액송금 수수료를 낮추도록 은행연합회를 통해 시중은행에 요청해 은행들이 송금 수수료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송금 수수료가 비싸 고객들의 불만이 많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청와대가 금융회사 경영의 소소한 부분까지 간여하는 ‘관치금융’의 재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4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일 ‘은행 소액송금 수수료 인하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시중은행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해와 같은 날 시중은행들에 보냈다”고 밝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 문건에서 “은행의 각종 수수료 등은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 규제가 많은 것은 공공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문은 “은행들이 직원들의 복리 후생비로 상당한 금액을 지출하면서도 창구 수수료를 내리지 않는 것은 일반 국민이 기업윤리상 이해하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공문은 또 △우선적으로 창구에서 100만 원 이하 소액송금과 미성년자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수수료를 50% 인하하고 △2단계에서는 창구에서의 100만 원 이상 고액 송금의 수수료를 낮추며 △3단계엔 창구와 함께 인터넷 등 개인 고객 수수료 전체를 인하하는 등 구체적인 단계별 수수료 인하 방안까지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일부 시중은행은 수수료 인하를 서둘러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협조 요청’이라 강변하지만 이런 내용의 공문을 압력이라 생각하지 않는 은행이 있겠느냐”며 “ 이번 조치는 규제를 완화해 금융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인건비가 많이 드는 창구 거래 대신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자동화기기 등으로 고객을 유도하면서 자연스레 창구 수수료가 높아졌다. 하지만 노인 저소득층 등 경제적 약자가 주로 창구 거래를 이용하는 현실이어서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은행 송금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아 서민층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요청한 것”이라며 “은행연합회에 민원 해소를 위한 협조를 요청하며 은행의 자율에 맡긴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해명했다.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