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이 내년 2월 4일부터 시행되면 개인 투자자들은 한결 편리하게 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또 증권업계는 “한국의 증권업체들이 선진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겼다. 》
펀드 초과수익땐 ‘성과보수’
시행령에 따르면 내년 2월 4일부터 그동안 은행에만 허용됐던 ‘개인-금융회사’의 소액지급결제가 금융투자회사(이하 금투사)에도 허용된다. 현재 증권사는 특정 은행 결제시스템을 이용해 소액지급결제를 하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은 해당 은행을 이용할 때만 수수료가 면제되는 등의 불편이 있었다.
또 투자자들의 펀드 선택을 돕기 위해 협회에 공시되는 펀드별 정보가 현재의 운용실적 외에 운용보수, 판매보수, 판매수수료 등으로 확대된다.
금융당국은 또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公募) 펀드에 제한적으로 ‘성과 보수’를 허용하기로 했다. 거액 투자자(규모 미정)를 대상으로 하는 환매금지형 펀드는 목표 수익률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 추가로 펀드매니저에게 성과보수를 줄 수 있다는 것.
국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성과보수가 허용되면 자산운용업계의 ‘무한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특히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상품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 자본금 기준 낮춰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선물회사 등이 나눠 맡던 다양한 업무들은 모두 ‘금융투자 업무’로 통합된다. 관련 회사들은 모두 ‘금투사’로 분류돼 자본시장통합법 적용을 받는다.
시행령은 또 금투사 설립의 인가·등록 단위를 세분화해 시장 진입의 문턱을 낮췄다. 금투사는 앞으로 △금융투자 관련 6개 업무(투자매매 투자중개 자산운용 신탁 투자일임 투자자문) △금융투자상품 종류 △투자자의 종류 등을 조합한 42개 세부 유형에서 자신들이 벌일 사업 영역을 정한 뒤 금융당국에 인가·등록을 신청하게 된다.
이에 따라 특정 업무만을 맡는 금투사는 지금보다 적은 자본으로 회사를 세울 수 있게 된다. 반면 6개 금융투자영역을 전부 다루는 종합 금투사가 되려면 현재 1000억 원인 자본금의 2배인 2000억 원이 필요하다.
진입이 쉬워지는 만큼 경쟁에서 밀린 회사는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도록 ‘퇴출 요건’을 신설했다. 영업 손실이 발생해 자기자본이 시장진입 당시 자기자본의 70% 이하로 떨어진 뒤 1년 동안 자본 확충을 못한 회사는 퇴출된다.
채권 지급보증도 허용
정부는 종합 금투사가 선진 IB들이 주력하는 인수합병(M&A) 중개, 자기자본투자(PI) 등에 활발히 나설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홍영만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금투사가 M&A 중개 업무를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인수자에게 인수 자금을 일시적으로 대출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며 “다만 대출은 금투사의 자기자본으로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국내에서는 증권사에 대출업무가 허용되지 않아 주로 상업은행이 ‘인수자’ 측의 M&A 중개 업무를 진행해 왔다.
원활한 채권발행 업무를 위해 금투사의 지급보증(단 계열사 제외)도 허용하기로 했다. 신용이 낮은 중소기업의 채권 발행 등 회사채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증권업계 “환영”… 은행권 “불만”
“기대 이상의 규제 완화다.” 증권업계에서는 이처럼 시행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대세였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진입규제 완화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는 증권사는 위축될 가능성이 있지만 실력을 갖춘 증권사는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규 개정만으로 국내 금투사가 글로벌 수준의 IB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해 국내에서 이뤄진 거래규모 상위 1∼10위 M&A의 매각 주간사회사를 모두 외국계 증권사가 맡았을 정도로 아직까지 국내 금투사들의 인력, 인적 네트워크, 선진 금융기법은 취약한 편이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은행에는 기업공개 등의 업무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증권사에만 은행 고유 업무를 개방했다”며 “IB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은행엔 불리하다”고 말했다.
입법예고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 주요 내용 자료: 금융위원회 | |||
항목 | 현행 | 시행 후 | |
일반 투자자 관련 | 지급결제 서비스 | 증권사 등에서는 이용 불가 | 금융투자회사에서도 각종 소액지급결제 서비스 이용 가능 |
펀드 정보 비교공시 | 각 펀드의 운용실적을 인터넷에 비교공시 | 운용실적 외에 운용보수, 판매보수, 수수료도 공시 대상에 추가 | |
펀드매니저에 대한 성과보수 | 사모펀드만 허용 | 공모펀드에 대해서도 제한적으로 허용 | |
장외 파생상품 거래 대상 | 전문 투자자만 가능 | 일반투자자도 헤지(위험회피) 목적에 한해 가능 | |
금융투자업계관련 | 금융투자회사의 업무위탁 | ‘원칙금지-예외허용’ | 본질적인 업무도 위탁 허용하고 제한적으로 재위탁도 허용 |
금융투자회사 설립을 위한 자기자본 기준 | 위탁매매업: 30억 원 종합집합투자업: 100억 원 등 | 위탁매매업: 10억 원종합집합투자업: 80억 원 등 | |
금융투자회사의 기업에 대한 브릿지론(단기 자금대출)과 채권 발행시 지급보증 | 금지 | 허용 | |
금융투자회사의 인가·등록 단위 | 26개 | 42개로 세분화 |
금융투자 업무영역별 최저 자본 기준 | ||
현행(자본금 기준) | 개정(자기자본 기준) | |
집합투자업(자산운용업) | 100억 원 | 80억 원 |
투자일임업 | 30억 원 | 15억 원 |
주식위탁매매업 | 30억 원 | 10억 원 |
종합 금투사 | 30억∼500억 원(증권사) | 2000억 원 |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