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욕구 파악도 영어 공부도 지독하면 됩니다”

  • 입력 2008년 4월 8일 02시 52분


LG전자 인사이트마케팅팀장 최명화 상무

“지독하게 해야 합니다.”

1시간 남짓한 인터뷰에서 이 얘기를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 사무실에서 만난 LG전자 인사이트마케팅팀장 최명화(43·사진) 상무.

그는 인사이트(Insight)를 ‘고객의 근본적 욕구(needs)’라고 정의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고객의 숨겨진 인사이트를 찾아내려면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지독하게 훈련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잠자다 문득 인사이트가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개발(R&D)하듯 세심히 관찰하고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합니다.”

조만간 인도 시장에 선보일 냉장고 신제품도 ‘지독한 R&D’ 과정을 거쳐 나왔다. 현지 가정집 여러 곳에 허락을 받고 관찰용 카메라를 설치했다. 냉장고 이용 모습을 몇 달간 살펴본 끝에 ‘인도에서 냉장고의 승부수는 고기나 생선 칸이 아닌 야채 칸’이라는 인사이트를 발견했다. 채식주의자가 대부분인 인도 고객들의 근본 욕구는 야채의 신선도 유지였던 것이다.

최 상무는 “세계 시장은 글로벌화하고 있지만 고객의 욕구는 더욱 세분화된다”며 “복잡한 고객의 욕구를 지독하게 철저히 파악해야 ‘날(edge)이 선’ 제품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우유 소비자가 ‘찬 우유 애호층’과 ‘뜨거운 우유 선호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시장에 ‘미지근한 우유’라는 무딘 제품을 내놓으면 누가 사겠느냐는 설명이다.

“한때 LG전자도 ‘유통업체의 요구=소비자의 욕구’라고 착각해 시행착오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유통업체는 제조사의 파트너이지만 ‘최종소비자를 누가 더 잘 이해하느냐’는 점에서는 경쟁자이기도 합니다.”

최 상무는 “인사이트 마케팅은 고객이 애용하는 유통점포도 정확히 파악해 상품 진열 위치 등을 조언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직장인들의 ‘숙제’인 영어 소통에 대해 “영어는 필수(must)다. 더는 얘깃거리가 되지 말아야 한다. 국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영어를 제대로 못하면 바보처럼 보인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영어를 극복하는 방법을 묻자 그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지독하게 공부하면 되더라고요. 미국에서 소비자행동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때 영어가 너무 어려워 거의 매일 밤 울면서 새벽까지 공부하곤 했습니다. 지독하면 됩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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