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상장 외국기업 ‘쭉정이’ 되나

  • 입력 2008년 4월 10일 02시 59분


중국 기업 코웰이홀딩스유한공사.

휴대전화에 장착되는 카메라 모듈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로 올해 1월 29일 국내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8일 현재 이 회사의 주가는 주당 990원. 상장 이후 단 한 번도 공모가(2000원)를 넘어선 적이 없다. 공모가 대비 하락률이 50.50%다.

국내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첫 외국 기업인 중국 직물가공업체 화풍방직KDR. 지난해 11월 26일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 회사는 상한가 이후 주가가 계속 추락했다. 현재 주가는 2250원. 지난해와 올해 코스피시장에 새로 상장된 11개 업체 가운데 공모가(5600원) 대비 주가 하락률이 59.82%로 성적이 가장 나쁘다.

코웰이홀딩스유한공사와 화풍방직의 시가총액은 고작 297억 원과 140억 원 수준.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정부와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수년 동안 공을 들여온 외국 기업 국내 상장의 현주소다.

○ 외국 기업 3개 모두 주가 시름시름

외국 기업의 국내 상장은 거래소의 숙원사업이었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세계적인 거래소들이 수많은 외국 기업의 상장으로 글로벌 금융허브 역할을 하는 것처럼 국내 증권시장 국제화를 위해서는 외국 기업 유치가 필수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2006년부터 중국 각지를 돌며 상장설명회를 여는 등 외국 기업 상장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들이 열매를 맺어 지난해 8월 17일 스피커 및 디지털 음향기기 제조업체인 3노드디지탈을 필두로 화풍방직과 코웰이홀딩스유한공사 등 중국 기업 3곳이 국내 증시에 상장됐다.

3노드디지탈은 코스닥 상장 이후 11거래일 연속 상한가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이후 거품이 빠졌다. 8일 현재 주당 2530원으로 공모가(2500원) 수준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다.

지난해 중반 이후 국내 증시가 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공모가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외국 기업의 주가 수준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일단 해외기업이다 보니 투자설명회(IR) 등 정보제공 능력이 떨어져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있다. 제대로 된 애널리스트의 기업보고서가 거의 없는 데다 3노드디지탈을 빼고는 그동안 IR 행사도 열지 않았다.

○ 제대로 된 투자정보 없어

신영증권 장우용 연구원은 “상장 기업이 중국계 기업들인데 중국 시장이 워낙 안 좋아 투자자들의 기대심리가 위축된 측면도 있다”고 했다.

또 한국증권연구원 강현철 연구원은 “중요한 건 실적인데 경쟁력 있는 우수 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온 것 같지 않다”며 “상장할 때 원래의 기업가치보다 공모가가 높게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코스닥시장본부 조치현 상장유치팀장은 “국내에 들어온 외국 기업들은 투명한 심사를 거쳐 엄선된 기업”이라며 “중국 증시 침체 등 외부 변수로 주가가 상승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와 올해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된 71개 기업 가운데 47개(66%) 기업이 현재 공모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중소형주의 부진은 외국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거래소 측 시각이다.

답답해진 외국 기업들도 최근 주가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3노드디지탈은 지난달 대우증권과 포괄자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회사의 서울사무소 조영미 대표는 “기관투자가들이 중국 기업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앞으로 IR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며 “경영진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한국을 방문해 주가 관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현철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들이 원활하게 자금조달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른 해외기업들도 한국에서 상장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이 선진 자본시장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좀 더 체계적인 외국 기업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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