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야후 인수를 둘러싼 정보기술(IT)업계 제왕들의 한판 승부는 어떻게 끝이 날까.
MS의 야후 인수가 일사천리로 이뤄질 것이라던 초기 예상과 달리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MS의 인수제안을 거절한 제리 양 야후 최고경영자(CEO)가 구글, 타임워너에 잇달아 손을 내밀었고, MS는 뉴스코프를 끌어들이면서 맞불을 놓았다.》
뉴스코프와 손잡은 MS, 야후 인수땐 파급효과 막강
구글-MS 상호 견제 속에 몸값 오른 야후 일단 느긋
미디어 업계의 거인들이 달려들면서 이 문제는 이제 IT분야의 미래 주도권을 둘러싼 두뇌싸움이 돼 버렸다. 외신들은 현 상황을 ‘체스 게임’ ‘서로 상대 코트로 공 넘기는 경기’ 등으로 비유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는 이번 인수전에서 예상 가능한 ‘5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다.
가장 유력한 첫 번째 시나리오는 뉴스코프와 손잡은 MS가 인수가격을 높여 야후를 인수하는 것. 성사되면 MS-야후-뉴스코프의 거대연합이 탄생한다. 야후의 검색 서비스와 뉴스코프의 친교사이트 ‘마이스페이스’, MS의 인스턴트 메신저 MSN, e메일 서비스 핫메일 등이 연합전선을 형성한다. MS는 이를 바탕으로 최대 경쟁자인 구글과 경쟁에 나설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삼각동맹으로 탄생할 거대 뉴스-미디어 제국은 위압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위해서는 MS가 초기에 제시한 인수가격(주당 31달러, 총 420억 달러)보다 10%가량 높은 주당 35달러 안팎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물론 삼각동맹이 제공하는 원스톱(one-stop) 서비스가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컴퓨터 시스템 통합과 회사 운영체계 조정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지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야후가 MS를 뿌리치고 타임워너와 손잡는 경우다. 야후는 타임워너의 자회사인 AOL의 메신저 서비스와 유명 연예 사이트인 ‘TMZ’, IT전문 인터넷 미디어 ‘엥가젯’ 등을 콘텐츠로 가져올 수 있다. “AOL과의 인수합병은 실수였다”는 혹평 속에 고전해온 타임워너로서는 야후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야후가 MS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다 위험 가능성이 더 높은 곳으로 뛰어드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대하는 만큼의 수익을 내기는커녕 타임워너가 내심 골칫덩어리로 생각하는 AOL만 떠안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타임은 이 밖에 △MS가 AOL과 전략적 제휴를 한 야후를 인수하는 시나리오 △야후가 독자 생존해 나가는 시나리오 △야후와 구글이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시나리오 등을 제시했다.
MS는 이중 ‘야후와 구글의 전략적 제휴’ 시나리오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 두 회사가 검색시장의 90%를 싹쓸이하게 되기 때문이다. MS는 “야후-구글의 연합은 반독점법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경고하며 정치권에 규제를 촉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나리오를 복잡하게 만든 새로운 플레이어는 뉴스코프와 타임워너라는 미디어 업계의 두 거물이다.
이들은 IT업계에 초기 인수합병(M&A) 붐이 몰아칠 때만 해도 급성장하는 온라인 업체들에 먹히는 서글픈 노장의 신세였다. 이른바 ‘닷컴 버블’이 꼭대기에 올랐던 2000년 타임워너가 AOL에 인수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M&A는 온라인 기업 간의 싸움으로 전개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다시 전통 미디어 업체들이 인수의 주체로 나서게 됐다. 1등만이 살아남는 전쟁터에서 온라인 업체들이 급속히 명멸하는 사이 조용히 재기를 모색한 결과라고 CNN머니는 분석했다.
이들보다는 젊은 MS도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PC소프트웨어와 오피스 제품에서는 여전히 절대 강자지만 온라인 사업에서는 구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구글이 오피스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기존 영역까지 침범당할 처지에 놓였다.
MS가 여기에 맞서려면 야후를 인수해 온라인 검색시장을 잡아야 한다. MS가 야후의 일반 주주들을 설득해 의결권을 위임받은 뒤 주주총회에서 현 이사진과 표 대결을 벌이겠다며 3주의 시한을 최후 통첩한 강경 대응의 배경에는 이런 부담이 깔려 있다.
몸값이 올라간 야후는 일단 느긋한 태도다. 하지만 인수가 최종적으로 무산될 경우 야후의 주가가 급락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독자생존을 한다고 해도 경쟁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