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와 가치관을 공유한 사장들을 교체하려는 취지로 시작됐는데 이들이 뻗대면서 인사 태풍이 거세져 버렸다.”
일부 공기업 관계자들이 털어놓는 불만이다.
A공기업 홍보 담당자는 “이명박 정부가 곱지 않게 보는 이른바 ‘코드 인사’들이 사표를 내지 않고 버틴 탓에 공기업 전반에 퇴진 압력을 높이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효율성을 강조해 온 전문가 출신 사장들이 애꿎게 대거 사표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 정부와 코드가 전혀 다르면서도 임기를 채우려는 대표적인 인물로 정연주 KBS 사장이 지목된다.
정 사장은 공기업 사장의 대대적인 물갈이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3월 이전에 이미 퇴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의 퇴진 논란은 1월 말 간부 직원으로 구성된 KBS 공정방송노조가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KBS 노동조합은 이달 11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다음 주부터 정 사장 퇴진을 위한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최근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견지해 왔다.
B공기업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공기업 중에서도 특히 공영방송의 경우 정부와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 아니냐. 정부와 지향하는 가치관이 근본적으로 다른데 어떻게 경영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