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푸근한 그 장터 영월 자갈길도 옛 벗만 같더라

  • 입력 2008년 4월 16일 03시 01분


■ 랜드로버 프리랜더2 i6 타고 영월 다하누촌으로

1983년의 일이다. 한창 ‘마이카’ 붐이 일던 시절이다. 나도 큰 맘 먹고 중고차를 샀다. 5년 된 포니였다. 막 수습 딱지를 뗀 병아리 기자였던지라 새벽이면 이 차로 병원 응급실과 영안실, 경찰서를 돌며 취재했다.

랜드로버의 프리랜더2 i6(6기통 3192cc)를 몰고 강원 영월로 가던 날. 느닷없이 25년 전 그때가 생각났다.

당시 ‘마이카’ 문화는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었다. 그중 하나가 외식문화다. 차가 생기니 괜스레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 것인데 목적지가 뚜렷치 않으니 근교 음식점 나들이가 주류였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 포천의 이동갈비촌이었다.

25년 후인 지금, 나는 그때처럼 영월의 한우마을인 ‘주천 섶다리마을 다하누 촌’을 향하고 있다. 영월군 주천면 한복판의 장터마당에 자리 잡은 ‘한우 촌’인데 한 육가공회사가 전국의 도축장에서 수집한 한우고기(1등급만)를 직영 판매점(6곳)에서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특이한 것은 쇠고기를 굽거나 육회로 장만해주는 식당(29곳)이 판매점과 나란히 줄지어 있어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2시간의 여행길. 영월 산간을 적시는 주천강도 산뜻한 초록빛이 감돌 만큼 봄기운이 완연했다. 주천삼거리에서 만난 장터. 네모진 마당을 둘러싸고 식당들이 올망졸망 다닥다닥 붙어 있다. 여기가 다하누촌이다. 식당마다 간판은 다르지만 현수막 글귀만큼은 한결 같다. ‘고기만 사들고 오세요.’ 식당의 세팅 비(구이용 불판 및 밑반찬 제공)는 1인당 2500원. 고기 값이 워낙 싸다 보니 찾는 이도 많아 주말이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여기서는 구이보다 육회가 더 인기다. 당일 도축 소만 공급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나도 앞다리 살 300g(1만 원)을 사들고 육회장만을 주문했다. 세팅 비는 5000원. 보통 식당의 육회(180g에 3만5000원)에 비하면 무척 싼 셈이다. 맛은 1등급 고기인 만큼 더 말할 필요가 없고. 19일부터는 이탈리아 와인(풀리아산) 전문점도 문을 연다. 와인을 곁들여 저렴하게 즐길 수 있게 돼 기쁘다.

장터 골목을 벗어나니 주천강이다. 여기에 쌍 섶다리가 놓여 있다. 섶다리는 주천의 랜드마크로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선위하고 상왕으로 물러났다가 다시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이곳 청령포에 유배됐다가 끝내 관풍원에서 사약을 받은(1457년) 비운의 왕 단종과 관련된 것이다.

단종이 왕에 복위되고 암매장 무덤이 왕릉이 된 것은 1698년(숙종 대). 이후 강원도 관찰사는 부임 시 장릉부터 들렀는데 도중에 주천강을 건너야 했다. 그때마다 주민들은 솔가지를 끊어 임시방편의 다리를 놓았다. 그것도 가마꾼이 지나도록 쌍다리로. 그것이 이 쌍섶다리다.

쌍섶다리가 놓인 강변으로 차를 몰았다. 온통 돌밭이었지만 주저는 없었다. 프리랜더2의 성능을 알고 있어서다. 그런 믿음의 근거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이다. 디스커버리3 모델에 장착된 것과 같은 것으로 도로 상황(미끄러운 자갈길, 급경사 내리막 등)에 맞게 차량 상태를 최적화하는 랜드로버만의 특허기술이다. 랜드로버를 ‘탱크’로 불리게 한 그 장치다.

프리랜더2의 i6엔진은 기존 모델에 비해 출력(최고 233마력)도 30% 이상 향상돼 도로주행 느낌도 기막히다. 세련미가 돋보이는 도시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의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감춰진 성능만큼은 사막도 두렵지 않은 ‘올 터레인 비이클’이라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것이지만…. 은퇴한 노부부가 여행길에 동반하기에 더없이 믿음직한 중후한 멋의 사륜구동 차량이다.

여기서 멀지 않은 수주면 강변에 아주 독특한 펜션이 있다. ‘목재왕국’ 핀란드에서 통째로 수입한 목재주택 키트(Kit)를 조립한 ‘유어 펜션’ 리조트다. 일찌감치 은퇴해 주천강변에서 자연과 벗해 사는 주인 황종현(51) 씨 부부와 그 삶도 멋지지만 나무 향 은은한 객실과 정통 핀란드사우나, 그릴(나무로 지은 팔각형 집으로 실내에 바비큐 시설)은 더 탐난다. 다하누촌에서 고기 사다가 강변 잔디밭에서 바비큐하고 틈나는 대로 사우나를 즐기면 더 바랄 것이 없으리. 그날이 기다려진다.

영월=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찾아가기

▽주천 섶다리마을 다하누촌=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 방향)∼신림 나들목(영월 주천 방향)∼주천면∼주천파출소 옆. 내비게이션에는 ‘다하누촌’ 입력.

▽장릉=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국도 38호선∼영월 나들목∼장릉.

◇주천 섶다리마을 다하누촌=토종한우전문점 www.dahanoo.com 02-478-7776

◇장릉=25∼27일 단종문화제(영월읍 하송리)가 열린다. 국내 유일의 단종 국장 재현행사가 볼만.

www.ywtour.com 033-370-2226

◇유어캐슬=네이버에 홈페이지 ‘유어캐슬’ 운영. 객실 주중 10만 원, 주말 15만 원.

사우나(전용·3시간) 렌트에 3만 원. 여름방학 객실 예약은 6월 전에 동나므로 서두르도록.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 1056-1. 033-372-0345.

◇랜드로버 프리랜더2=www.landroverkorea.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