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는 지난달 처음으로 3.0L급 V6 디젤 터보엔진이 들어간 S클래스를 국내에 선보였다. 이미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나온 모델이다.
시동을 걸자 차 밖에서는 ‘나 디젤이야’라고 확인해 주듯이 걸쭉한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문을 닫고 실내로 들어오면 전혀 딴판이다. 가솔린 엔진과는 분명히 다른 음색이지만 S클래스만의 쾌적성을 해치지는 않았다.
가속을 해보면 3.0L급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잘 뻗어 나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시간을 직접 측정한 결과 8.2초가 나왔다. 최고출력이 235마력이지만 시속 230km까지는 답답함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계기반 바늘이 빨리 올라간다. 제원상 시속 250km까지 가능하다.
디젤 터보엔진의 단점 중 하나가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출력이 일정하게 나오지 않고 엔진 회전수가 어느 정도 높아졌을 때 힘이 갑자기 강해지는 것인데 S320 CDI는 그런 현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연료소비효율은 시내 주행에서 L당 7∼8km 정도였으며, 고속도로에서는 15km까지 나왔다. 2.0L급 가솔린 중형차 수준이다.
S320 CDI는 큰 덩치에 맞지 않게 공인 연비가 1등급이며, 저공해 자동차로 등록돼 5년 동안 환경개선 부담금을 면제받는다. 공영 주차장 이용 시 50% 주차요금 감면과 혼잡 통행료 50% 할인의 혜택도 받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공인연비기준이 바뀌어 혜택은 줄어들 전망이다.
승차감도 가솔린 모델인 S350이나 S500과 거의 차이가 없다. 에어서스펜션과 사고를 감지하면 탑승자의 피해를 줄여주는 ‘프리-세이프’ 기능,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정차가 되고 언덕길에서 뒤로 미끄러지지 않게 해주는 첨단 브레이크 시스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블루투스, MP3 오디오 등도 모두 적용됐다. 뒷좌석이 넓은 롱휠베이스가 아니라 노멀휠베이스인 점을 제외하면 상위 등급과 편의장치가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노멀휠베이스의 장점도 있다. 롱휠베이스보다 길이가 10cm 정도 짧은데, 이는 커브길에서 오히려 핸들링을 좋게 만든다.
디젤 차량을 화물차 보듯이 했던 소비자라면 최근 나온 최고급 디젤 세단을 달리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주유소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경유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주유원 10명 중 8명은 휘발유를 넣을지도 모른다. 가격은 1억3390만 원.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