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도로를 달려야 하고 떨어진 건물의 잔해도 피해야 한다. 때로는 비포장도로나 진흙길을 통과할 때도 있다. 비상식량이나 짐도 충분히 실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어린이나 여성도 타고 내리기 쉽도록 차체도 너무 높으면 곤란하다.
그 해답 중 하나가 볼보 ‘뉴 XC70’이다. 세단도, 왜건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아닌 어정쩡한 스타일지만 그 모든 장점을 골고루 갖췄다.
XC70을 타고 서울에서 강원 태백시 태백레이싱파크로 향했다. 2.4L급 5기통 디젤 터보엔진은 약간 칼칼한 목소리를 내지만 속도를 조금 높이면 조용해진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40.8kg·m에 이르는 토크는 2t에 가까운 차체를 부담없이 견인한다. 최대출력은 185마력. 제원상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9.9초, 최고속도는 시속 205km.
주행 중 순간 가속력도 3.0L급 가솔린 세단에 뒤지지 않을 정도다. 럭셔리 세단만큼 조용하진 않지만 외부 소음이 적절히 차단돼 편안한 느낌이다.
신기한 안전장치도 많다. 일정 속도 이상에서 차선을 이탈하면 경보음을 울려준다. 차선을 변경할 때도 계속 울려대서 작동 스위치를 꺼버리긴 했다. 사각지대에 차가 다가오면 오렌지색 불빛이 알려주는 장치도 있다. 비가 내릴 때는 오작동을 해서 그다지 신뢰성이 높아 보이진 않았다. 어쨌거나 볼보의 노력이 기특하다.
노면 포장상태가 좋지 않은 산길을 넘었지만 탑승자 모두 그다지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흔들림이나 노면 충격이 생각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225km를 달려서 도착한 태백 레이싱파크. 국내에서 가장 속도를 많이 낼 수 있는 서킷이다. 게다가 비도 제법 내려 미끄러운 상태다. 크로스오버 차량과 서킷은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는 궁합이다.
멋지게 튜닝한 2.0L급 해치백 모델들과 함께 서킷에 들어갔다. 당연히 한참 뒤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빠르다.
180도 꺾어지는 헤어핀 코너를 돌때 여러 대가 빗길에 미끄러져 스핀을 했지만 XC70은 도무지 미끄러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커브길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안정적으로 무덤덤하게 돌아 나간다. 항시 4륜구동의 위력이다. 덕분에 같이 달렸던 튜닝카 상당수를 제쳤다. 편의성, 안전장치, 성능, 승차감, 브레이크 모두 ‘착하다’. 그러나 이는 독특한 XC70의 디자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소비자만의 몫이다. 가격은 5840만 원.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