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튀면 누르는’ 부동산대책, 효과는…

  • 입력 2008년 4월 16일 03시 01분


중소 제조업체에서 기능직으로 일하는 이모(40) 씨는 1월 초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73m²(22평) 아파트를 1억8000만 원에 샀다. 그는 결혼한 지 10년 만에 내 집을 장만했다. 변두리 지역이고 면적도 작지만 이 씨는 뿌듯했다. 더욱이 아파트를 산 지 4개월 남짓 만에 가격이 4000만 원 정도 올랐다.

기쁨도 잠시, 이 씨는 요즘 괜히 불안하다. 집값이 급등한 노원구와 도봉구 등을 대상으로 정부가 강북 집값 종합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저야 투기한 것도 아니지만 국세청이 조사를 한다니 괜히 불안합니다.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묶이면 저 같은 사람에게 불이익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이 씨는 또 “갑자기 투기꾼으로 몰린 기분”이라고 억울해했다.

최근 집값 불안의 진원지로 지목된 노원구나 도봉구에서 이 씨와 같은 사람이 적지 않다.

실제 노원구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투기시장과는 다른 모습이 눈에 띈다.

우선 집값의 절대가격이 낮고 소형아파트가 대부분이다. 가격이 급등했지만 지하철역과 가까운 60∼80m²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2억 원 전후다. 이 지역 주택은 80m² 이하인 서민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도 ‘겁주기’일 뿐 딱히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는 6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해 취득자금 조달 계획을 구청에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노원 도봉구에서 6억 원 이상 아파트는 4.45%에 불과하다.

거래량도 투기 지역의 모습과는 다르다. 보통 투기가 벌어진 곳에서 집값이 폭등한 이후에는 호가만 오르거나 유지되고 실제 거래량은 급감한다. 그러나 노원구에서는 집값이 지난해부터 올랐지만 올해 2월에도 거래량이 서울 전체의 14.5%일 정도로 거래가 활발했다.

현지를 돌아보면 담합과 투기의 흔적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지역 전체에서 담합과 투기가 벌어진 것은 아닌 듯하다. 더욱이 서민 주택 밀집지역인 노원구와 도봉구의 집값 불안을 놓고 수도권 주택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보는 것은 ‘착시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서울 일부 서민 주거지의 집값 불안을 놓고 재건축 재개발, 택지 공급 등 전반적인 주택 정책 추진을 망설이거나 바꾼다면 또 다른 시장 왜곡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은우 기자 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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