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사를 최대한 활용해 투자은행(IB) 부문에서 3년 안에 국내 5위 이내 증권사로 도약하겠다.”
현대차IB증권(옛 신흥증권)의 박정인 회장은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밝혔다. 이 회사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인수돼 1일 새로 출범했다. 박 회장은 이어 “증권사의 전통적 수익원인 주식위탁매매에 의존하기보다 IB 부문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점포 확대, 인력도 확대”
박 회장은 이날 “그룹 계열사와 협력업체, 범(汎)현대그룹 등 그룹과 관련한 자산운용 및 자금조달 서비스를 강화해 3년 안에 IB 및 법인영업 부문은 5위, 자산관리영업은 10위 이내 증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재계 2위인 현대차 그룹의 힘을 사세 확대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현대, 기아차 공장이 있는 중국, 인도, 동유럽에 진출한 협력업체에 대해 법인설립, 인수합병(M&A), 합작 등 금융 관련 자문영업을 강화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박 회장은 “그룹 고객을 자산관리영업 기반으로 활용해 공동 마케팅이나 연계상품을 개발하겠다”며 “점포 확장도 울산 등 그룹이 연고가 있는 지역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IB증권은 현재 17개(영업소 3개 포함)인 지점을 3년 안에 50개로 확대하고 인력도 350여 명에서 550여 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 “빨리 성장하겠지만 태생적 한계도 있어”
지난해 말 현재 현대차IB증권의 전신인 신흥증권의 자기자본은 1708억 원으로 국내 54개 증권사 중 37위.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 회사가 현대·기아차그룹의 지원을 받아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선호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관련 부품회사의 신규 상장, 회사채 발행 등 기본 업무만 맡아도 물량이 상당할 것”이라며 “계열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및 펀드 판매 등도 활기를 띨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IB증권이 그룹의 ‘후광’을 벗어나 자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조업체’ 계열사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느냐도 관심사다. 제조업은 규모의 경제와 조직을 중요시하는 반면 증권업은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으며 업무 스타일도 다르다. 지금까지 삼성, SK, CJ, 한화 등 주요 제조업체 그룹이 증권업에 진출했지만 삼성증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현대·기아차그룹이 증권업에 대해 어떤 비전과 의지를 갖고 있으며, 또 얼마나 역량을 지닌 사람을 뽑아 회사를 운영하는지에 따라 현대차IB증권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