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대표 “한미FTA 찬성 무서워할 이유 없어”

  • 입력 2008년 4월 17일 02시 55분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4·9총선에서 국민은 민주당에 준엄한 경고와 함께 그래도 야당은 있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역할을 줬다”고 평가했다. 전영한 기자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4·9총선에서 국민은 민주당에 준엄한 경고와 함께 그래도 야당은 있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역할을 줬다”고 평가했다. 전영한 기자
“81석 준건 黨쇄신하란 민심의 경고”

통합민주당 손학규 공동대표는 4·9총선 결과에 대해 “그동안 반성과 쇄신을 한다고 했지만 국민의 눈에는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러나 충분히 야당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은 국민이 줬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손 대표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4월 임시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아직도 한미 FTA 찬성이 당 정체성에 위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FTA를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 미국과의 통상력을 높이고 세계와 경쟁하는 모습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를 자평한다면….

“민심이 무섭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국민은 이명박 정부를 뒷받침해 주면서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줬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준엄한 경고와 함께 그래도 야당은 있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역할을 줬다고 본다. 그동안 반성과 쇄신을 한다고 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는 어림없는 것이었다. 81석은 아직도 더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는 경고의 의미가 강하다.”






▼촬영 : 전영한 기자

―대표 취임 3개월 만에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표를 하면서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은….

“나에게 당 대표를 맡긴 건 빈사상태에 있는 당을 추슬러서 총선을 치르고 명맥을 유지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부족하지만 (옛 민주당과) 통합을 이뤘고, 총선을 통해 야당의 명목은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은 가건물 같지만 그나마 집을 갖췄으니 전당대회를 통해 마무리를 하면 내 소임은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쇄신한다고 했지만 (총선에서) 새 사람을 내지 못했다. 초선이 21명이라고 하지만 비례대표를 빼면 6명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만큼 우리가 신진대사를 했는지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럽다.”

―정국교 비례대표 당선자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H&T)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에서 석 달 가까이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였다. 앞 순번(6번)을 줬다고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당내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위주 정책에 대비해서 중소기업 대표(정 당선자를 지칭)에게 비례대표 1, 2번을 주자는 말도 있었다. 정 당선자가 당에 낸 1억 원은 비례대표 당선자들끼리 모여서 의논한 결과로 알고 있다. 당이 빌린 10억 원은 당시 당 재정이 아주 나빠서 직원 급여를 못 줄 정도였다. 그래서 (정 당선자에게) 차입했는데 은행 금리대로 한 것으로 안다.”

―공천 과정에서 탈당한 인사들의 복당 문제는….

“지금도 가장 가슴 아픈 것이 탈당한 신계륜 전 사무총장 지역구(성북을)에 민주당 후보를 공천할 때였다. 내가 총장으로 영입했고 당 살림과 총선기획단장을 맡은 사람이 공천심사위원회의 일률적 잣대로 공천을 못 받고 나갔다. 신 전 총장이 탈당 발표를 하자 2시간 만에 공심위원장으로부터 공문이 왔다. 서울 성북을, 중랑을, 영등포을에 대한 전략공천 합의를 철회하고 공천 신청자 중에 공천자를 선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바로 확정하지 않으면) 기자회견 준비하고 대응한다는데 그러면 당은 풍비박산 나는 것이다.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고 다른 최고위원들이 ‘그럴 수 있느냐’고 하는데 내가 통과시켰다. 인간적인 도리로 보면 공천을 안 해야 했지만 그러면 숱한 피를 흘리며 쌓은 공천혁명 점수가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었다.”

―향후 계획은….

“경기도지사를 마치고 민심대장정을 시작한 후 전혀 쉬지 못했다. 이제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볼 때라고 생각한다.”

―쉬면서 제3의 길을 정립할 건가.

“나는 그동안 새로운 진보의 길을 얘기해 왔다. 오늘도 당에서 FTA 얘기하는데 FTA 찬성이 당 입장에 반대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보는 과거에 묶이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진보를 제대로 하려면 국가경쟁력 면에서도 앞서 나가야 한다. 국가 이익을 위해 같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리 진보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이 중요한 가치다.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진보적 가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회주의적 획일적 기준을 강요하거나 종북주의 그런 건 진보가 아니라 퇴보다. 선진이라는 것을 보수 우파에 빼앗기면 진보가 아니다. 선진도 진보가 안아야 할 것이다. 그게 내가 말하는 새로운 진보의 길이다.”

신연수 기자 ysshin@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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