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허물 떠안고 가겠다”… 이건희 삼성 회장 퇴진

  • 입력 2008년 4월 23일 03시 01분


대국민 사과삼성그룹이 22일 경영쇄신안을 내놓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 및 퇴진 성명을 직접 발표했다. 홍진환 기자
대국민 사과
삼성그룹이 22일 경영쇄신안을 내놓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 및 퇴진 성명을 직접 발표했다. 홍진환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취임 20여 년 만에 삼성과 관련된 모든 직책을 내놓고 경영 일선에서 전격 퇴진한다.

또 삼성그룹 경영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 온 전략기획실이 해체되고 전략기획실 이학수 실장(부회장)과 김인주 사장도 물러나기로 했다.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이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경영쇄신안을 발표하자 재계와 국내외 투자자, 외신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향후 파장을 주목했다.

삼성그룹은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국제회의실에서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 그룹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그룹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대(對)국민 사과 및 퇴진 성명’을 통해 “저는 오늘 삼성 회장 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면서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저로부터 비롯된 특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 드렸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리면서 이에 따른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오늘날의 삼성이 있기까지는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과 사회의 도움이 컸다”면서 “앞으로 더 아끼고 도와주셔서 삼성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키워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의 성명 발표에 이어 이학수 실장이 공개한 경영쇄신안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회장과 등기이사, 문화재단 이사장 등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직책에서 사임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도 리움미술관장과 문화재단 이사직을 사임하며,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이 회사 최고고객책임자(CCO)에서 물러나 해외 사업장에서 근무하기로 했다.

조세포탈 문제가 있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실명전환 후 누락된 세금을 모두 납부한 뒤 남는 돈은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기로 했다.

삼성은 이와 함께 그룹 전략기획실을 폐지하고 계열사 독자경영체제를 강화하기로 하는 한편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전략기획실 이학수 실장과 김인주 사장,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과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은 사임하기로 했다.

이 밖에 시간을 두고 지주회사 전환 문제를 검토하는 한편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4, 5년 내에 매각할 방침을 세웠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퇴진에 따라 대외적으로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역할을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학수 실장은 “전략기획실 해체, 사임 등 가능한 부분은 6월 말까지 관련된 법적 절차와 실무 준비를 모두 마치고 7월 1일부터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