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특검 수사 결과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드러난 차명계좌에 대해 세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는 뜻을 밝혀 향후 관련 금액과 용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학수 삼성 전략기획실장은 22일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특검에서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는 과거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 신탁한 것으로 이번에 이 회장의 실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회장은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뒤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겠다고 하면서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특검은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하던 그룹 임원들이 1199개의 차명계좌를 이용,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 주식을 매매해 5643억 원의 양도차익을 남겼고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1128억 원을 포탈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의 차명재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조537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특검은 추산했다.
삼성그룹 측은 이 회장이 ‘유익한 일’에 내놓을 돈은 차명재산 전액이 아니라 이 가운데 조세포탈 혐의를 받은 차명계좌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2조3000억 원 규모의 삼성생명 차명주식은 세금을 포탈한 것이 아니므로 대상에서 제외되며, 조세포탈이 인정됐더라도 시효가 지난 금액까지 제외하면 약 2조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2조 원에 대한 추징 세금과 조세포탈에 따른 가산세 등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이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이 회장이 ‘유익한 일’에 쓸 돈의 규모는 1조 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그룹 측은 “이 회장이 이 돈을 유익한 곳에 쓰겠다는 말이 반드시 ‘사회 환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용도에 대해서는 이 회장의 의도에 맞도록 시간을 두고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