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과 SK에너지를 위하고, 무엇보다 불우이웃을 위하는 마음으로 완주했습니다.”
경제계에서 ‘마라톤 마니아’로 꼽히는 신헌철(사진) SK에너지 부회장이 22일(한국 시간) 열린 제112회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를 완주해 화제다.
보스턴 마라톤은 마라토너에게 ‘꿈의 무대’로 여겨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마라톤대회. 출전자격이 까다로운 데다 일반인은 평생 한 번만 출전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동아마라톤대회 풀코스를 3시간 57분 13초로 완주해 이번 보스턴대회 출전자격을 얻었다. 관절염을 극복하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꿈을 이룬 것이다.
이 때문에 신 부회장은 이번 대회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마라톤 완주를 약속하고 국내외 사업파트너와 지인(知人), 임직원에게 후원을 요청한 뒤 후원금액만큼 회사에서 매칭펀드 방식으로 지원해 불우이웃 돕기 행사에 사용하겠다는 것. 그래서 그는 이번 보스턴대회를 ‘행복 레이스’라고 불렀다.
마라톤에 참가한 다른 선수와 보스턴 시민도 이번 행복 레이스의 의미를 전해 듣고 임직원과 ‘OK! SK!’를 외치며 신 부회장을 격려했다.
신 부회장은 응원을 나온 임직원 가족과 함께 미리 준비한 사물놀이 퍼포먼스를 펼치며 준비해 간 전통 부채를 시민에게 나눠주는 등 한국 문화와 SK에너지 알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마라톤 레이스 중간에 한국의 전통 사물놀이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에게 한국의 강하고 멋진 문화를 널리 알린 것 같아 감개무량하더군요.”
신 부회장의 이번 대회 기록은 5시간 31분 11초. 참가 목적이 기록 경신이 아니라 한국 문화와 SK에너지를 알리고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것인 만큼 기록에는 처음부터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난달 참가한 동아마라톤대회부터 이번 보스턴대회까지 모으기로 한 후원금 목표액은 모두 3억 원(매칭펀드 포함). 지난 7년간 마라톤을 하며 모았던 불우이웃 돕기 기금 7억 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그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난달 중순 지인에게 “해마다 두 번씩 보내주신 성금과 회사의 매칭펀드를 합해 아름답게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주위에 돌봐야 할 곳이 너무 많다”며 후원에 동참해 줄 것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신 부회장의 뜻이 알려지면서 후원 성금이 답지해 목표는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돈은 전액 불우이웃을 돕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그동안 십시일반으로 모았던 후원금도 독도 경비대원들에게 방한복을 지원하고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책 구입비로 활용되는 등 소외받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을 돕는 데 쓰였다.
“후원자의 응원 덕분에 이 같은 큰 대회에 출전해 완주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후원자들이 보내주신 성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소중하게 사용하겠습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