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계속 늘어 사태 장기화 걱정
최근 고(高)유가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고유가의 원인을 파악하려면 먼저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원유 가격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즉, 원유의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많아 원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것이죠.
물량 부족은 공급이 줄어들거나 수요가 늘어나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1970년대 두 차례 발생한 원유파동은 공급이 줄어 원유 가격이 상승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제1차 원유 파동은 1973년 10월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의 제4차 중동전쟁에서 비롯됐습니다.
제2차 원유 파동은 1978년 12월 이란의 정치적 혼란이 발단이 됐으며, 1980년 10월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해 그 여파가 더 커졌습니다. 두 사태 모두 산유국에서 발생한 전쟁 또는 정치적 혼란이 계기가 됐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담합해 원유 생산을 줄여 가격을 치솟게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근의 원유 가격 상승에는 여러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 물론 원유생산 감소도 한 원인입니다. 이는 기대에 못 미친 OPEC의 원유 증산계획, 비(非)OPEC 산유국의 원유생산 감축계획, 산유국에서의 정치적 긴장 고조, 멕시코와 나이지리아에서의 송유관 파괴 등에 따른 것이죠. 여기에 달러 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도 가격 상승폭을 높이는 데 한몫했습니다.
그럼 최근의 원유 가격은 1970년대 원유 파동 때와 비교할 때 얼마나 오른 것일까요?
서로 다른 시기의 가격을 비교하려면 인플레이션을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의 물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1차 원유 파동이 일어났던 1973년에 비해 2008년 현재 물가가 5배로 뛰었으니 1973년의 1달러는 현재 5달러의 가치를 갖게 됩니다. 이를 이용하면 원유 가격의 상승폭뿐만 아니라 그 수준까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에 따라 현재 물가로 각 시기의 유가를 환산해 보면 1차 원유 파동 시기에는 원유 가격(북해산 브렌트유 기준)이 1973년 10월 배럴당 22달러에서 1974년 2월에는 71달러로 약 3.2배로 상승했습니다.
2차 원유 파동 때에는 1978년 12월 배럴당 52달러에서 1979년 12월의 119달러까지 2.3배로 치솟은 셈입니다. 이후 원유 가격은 1990년 걸프전쟁 때를 제외하면 매우 안정돼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OPEC의 담합이 실패하고 비OPEC 국가의 원유 생산이 증가하면서 원유 가격은 1998년 12월 최저치인 13달러까지 하락했습니다. 1차 원유 파동 이전의 가격으로 복귀했던 셈이죠. 그러나 원유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2008년 4월 배럴당 117달러를 돌파했으니 1998년에 비해 무려 9배로 뛰었고, 2차 원유 파동 때의 사상 최고치 기록에 근접합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최근의 원유가격 상승이 수요 증가에도 기인한다는 데 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와 중국을 보면 원유 수요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공급 감소에 따른 물량 부족으로 원유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원유 파동을 겪었지만 최근에는 오랜 기간 꾸준히 수요가 늘면서 원유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와 같은 고유가 추세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장경호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