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업체 바이어들 “한국차만큼 품질 우수”
“한미 FTA로 가격 싸지면 구매 더 늘어날 것”
《‘국제수송기계부품산업전’이 지난달 29일 경남 창원시 두대동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개막됐다. KOTRA와 경남도, 창원시가 이날 ‘부품산업의 메카’인 창원에서 공동 주최한 국제수송기계부품산업전에는 미국 ‘빅3’ 자동차기업인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 및 자동차부품기업 바이어 436명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회는 1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전시장을 찾은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이 ‘세계 5대 자동차 생산대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동차부품의 품질도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전시장 내 한 상담부스에서는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의 자동차부품 바이어인 디팩 패털 씨와 국내 자동차부품기업인 A사 직원이 상담하고 있었다.
A사 직원이 카탈로그를 내보이며 자동차에 들어가는 볼트를 보여주자 패털 씨는 “베리 나이스(매우 훌륭하다)”를 연발했다.
패털 씨는 “그동안 포드는 글로벌 자동차부품기업을 통해 한국 제품을 간접적으로 구매했다”며 “한국 제품은 품질이 좋고 가격도 저렴해 올해부터 직접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비준을 거쳐 발효되면 관세 폐지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만큼 제품 구매도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124억 달러(약 12조4248억 원)로 자동차 수출액(372억 달러)의 3분의 1가량 된다.
상당수 바이어는 한국과의 FTA가 발효되면 한국 제품 구매를 늘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이날 상담에 참여한 162개 기업 중 한국과 FTA 비준을 앞둔 미국 기업이 68개사, FTA 협상 중인 유럽 기업이 34개사였다.
전시장에서 만난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GM의 조지프 에딩거 구매 담당 부사장은 한국 자동차부품기업의 전망에 대한 질문을 받자 서류 한 가지를 내밀었다.
서류에는 GM이 올해 새로 거래할 한국 부품기업 후보 59개사 목록이 나열돼 있었다. 2002년만 해도 60여 개사에 그쳤던 GM의 한국 거래 부품기업은 매년 늘어 지난해 137개사로 증가했다.
에딩거 부사장은 “GM이 선정한 세계 우수 부품기업 97곳 중 한국 기업은 17곳이나 된다”며 “한국은 기술의 빠른 변화에 맞게 제품도 빨리 생산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본 3위 자동차회사인 스즈키의 헝가리법인 상담부스 책상에는 국내 자동차부품기업들의 명함이 쌓여 있었다.
자국 부품회사와 거래하거나 아예 수직 계열화하기로 유명한 일본 자동차기업이 한국 기업과 구매 상담을 하는 것은 눈길을 끌었다.
국내 자동차부품기업인 B사 직원이 상담을 하면서 “기아자동차에도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고 하자 스즈키의 마치노 노리요시 구매 담당 이사와 로버트 크리스천 부장은 마주보면서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아자동차에서 인정받는 부품이라면 스즈키도 구매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뜻이었다.
KOTRA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국내 자동차부품기업들이 총 5억 달러의 구매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광영 KOTRA 주력산업팀장은 “한국의 자동차부품기업들이 세계 유수의 자동차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마케팅이 잘 뒷받침되면 한국에서도 보슈나 델파이 같은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