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모스크바법인장인 김선광(49·사진) 이사는 "모스크바에서 처음 겪었던 어려움이 판매사원의 교육이었다"며 "이제 한국식 친절서비스가 뿌리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는 유통업체들의 격전지다.
'꿈' '쭘' 등 명품 위주의 고급백화점부터 '메가'나 '크로커스' 같은 도시외곽 쇼핑몰까지 다양한 유통회사들이 러시아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핀란드계 스톡만, 스웨덴계 이케아 같은 외국계 기업도 많이 진출해 있다.
한국에서는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9월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러시아시장에 진출했다. 롯데백화점은 '한국식' 서비스와 경영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판매사원들에게 친절교육을 시키는 것이 첫걸음이었다.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오랫동안 지내온 러시아에서 서구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굴욕으로 생각하는 러시아인들에게 물건을 사지도 않는 고객에게도 인사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김 이사는 "러시아 실정에 맞는 매뉴얼을 만들었다"며 "허리를 숙이는 인사 대신 눈 인사를 보내는 '절충안'으로 사원들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원스톱 쇼핑' 방식으로 소비자를 설득했다.
러시아의 기존 백화점이 패션과 잡화 위주인데 비해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은 패션과 잡화, 가전, 인테리어 등에 식품매장과 레스토랑까지 갖춘 '한국식 매장'으로 선보였다.
또 단층이나 2~3층 건물이 대부분인 모스크바의 다른 백화점과는 달리 롯데백화점은 지하 1층, 지상 7층을 운영하며 층별로 콘셉트를 달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김 이사는 "처음에는 모스크바 소비자들이 한국식 백화점을 생소하게 느꼈다"면서 "하지만 한 자리에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원 스톱 쇼핑'의 편리함을 알게 되면서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사회주의 체제에서 억눌렸던 러시아에 돈이 몰리면서 과시형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모스크바점의 1인당 1회 구입금액은 서울 중구 소공동보다 많다.
김 이사는 "러시아시장 전망이 밝은 만큼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중심으로 매장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