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행보 활발… “이젠 No라고 할수있어” 사내문화도 달라져
○“빠르면 덩치 큰 것도 먹는 시대”
최근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선언, 김 회장 친누나가 대주주인 제일화재 경영권 방어전 참여 등은 김 회장이 강조하는 ‘스피드 경영’과 맥이 닿아 있다.
한화는 지난달 대우조선 인수전(戰) 경쟁상대로 꼽히는 포스코, GS그룹, 두산그룹이 미처 공식적인 선언을 하기 전에 한 발 앞선 인수 선언으로 기선 잡기에 나섰다.
메리츠화재의 제일화재 인수전 참여 과정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지난달 17일 메리츠화재가 제일화재에 지분 인수 제안서를 보내자 21일 계열사별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이날 곧바로 제일화재 지분 인수를 의결한 것.
김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스피드가 빠르면 덩치가 크고 느린 것을 잡아먹을 수 있는 시대”라며 스피드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한화가 총력을 기울이는 대우조선 인수 대금 자체가 10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데다 경쟁 상대들이 대부분 한화그룹보다 ‘덩치’가 크다는 점 때문에 회사 안팎에 존재하는 회의적인 시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의사결정때 주변 얘기 경청”
김 회장이 기업 인수합병(M&A)을 한 것은 2002년 대한생명이 마지막이었다. 1981년 회장 취임 이후 한양화학(현 한화석유화학), 정아그룹(현 한화리조트),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 대한생명 등 줄곧 M&A를 통해 한화를 키워온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오랜 기간 움츠리고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 ‘보복폭행’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김 회장으로선 더욱 몸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김 회장은 물론 회사 내 조직문화도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그룹의 한 임원은 “(김 회장이) 지난해 ‘사건’ 이후 의사 결정 과정에서 주변의 얘기를 깊이 경청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지난해 계열사인 대한생명 금춘수 부사장을 그룹 경영기획실장(사장급)으로 파격 발탁해 조직 내부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경제계의 한 인사는 “과거 한화 직원들은 ‘노(No)’라고 하면 충성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우려 때문에 안 되는 일도 붙들고 뭉개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금 실장을 중심으로 요즘은 안 되는 일은 곧바로 안 된다고 보고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한화그룹의 주요 인수합병 사례 | ||
연도 | 인수 당시 기업 | 현재 회사명 |
1983년 | 한양화학 | 한화석유화학 |
1985년 | 정아그룹 | 한화리조트 |
1986년 | 한양유통 | 한화갤러리아 |
2002년 | 대한생명 | 대한생명 |
2008년 | 제일화재 | 한화손해보험 (통합 추진) |
2008년 | 대우조선해양 (추진 중)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