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예탁결제원이 이처럼 방만한 경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가만히 있어도 증권거래수수료가 꼬박꼬박 들어오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거래만 하면 수수료 수입이 발생하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 결제원, 한국증권업협회 등 3개 증권 유관(有關)기관 및 단체는 임직원의 보수 급여도 여의도 금융가에서 최고 수준이다.
○선진국보다 많이 떼는 거래수수료
투자자가 증권사에 수수료를 내면 이들 3개 기관은 거래대금의 일정 비율만큼을 수익으로 떼어 간다. 비율은 거래소가 0.005557%, 예탁원이 0.002755%, 증권업협회가 0.001026%. 수수료가 가장 낮은 온라인거래를 기준으로 할 때 고객이 부담하는 수수료의 38%를 증권회사가 가지고, 62%를 3개 기관이 나눠먹는 구조다.
특히 한국의 거래소는 전산 체결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래대금 대비 수수료율은 런던 뉴욕 도쿄거래소 등 선진국 증시보다 높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증시 규모가 커져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어나는데도 수수료율을 그에 맞춰 조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 최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10년간 거래대금은 81조1969억 원(1989년)에서 1362조7384억 원(2007년)으로 1578% 늘었지만 거래소는 수수료율을 0.012%에서 0.005557%로 53.6% 줄이는 데 그쳤다.
○고액연봉은 모두 투자자 부담
2일 증권거래소의 200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임직원 1인당 평균연봉은 1억1203만 원이다. 지난해 거래소는 급여, 수당, 상여금, 연월차보상금, 복리비 등으로 810억 원을 지급해 이를 거래소 임직원 수(723명)로 나누면 1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증권예탁결제원은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7일 경영정보통합공시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302개 공공기관의 평균 연봉 발표에서 직원 1인당 9677만 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민간 기관인 증권업협회의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도 8840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들 3개 기관은 투자자들이 낸 거래수수료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얻는다. 거래소 등에 따르면 증권 유관기관 3곳의 지난해 거래수수료 수익은 총 5200억 원으로 2006년의 3803억 원보다 1397억 원(36.7%)이나 늘었다.
그나마 증권업협회는 지난해 증권사로부터 거둔 거래수수료 가운데 202억 원을 증권사에 돌려줬다. 협회는 2002년부터 수익이 예산 집행액을 초과하면 회비를 반환해 징수액을 최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소와 예탁원은 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지난해 수수료 면제나 반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