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는 올해 최대 화두(話頭)가 ‘인플레이션’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물가상승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아시아, 남미, 동유럽권 국가의 물가상승률은 4∼7%였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5∼2%포인트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경제학자는 글로벌 경제가 불황 속에서 물가는 상승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비관론을 펴고 있다.
한국도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0.7% 오르는 데 그쳐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4.1%나 올랐다.
지표를 들여다보면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이 우울해 보이지만 시각을 달리 하면 상당히 다른 그림이 나온다.
지난 8년 동안 한국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약 3%. 같은 기간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4∼5배 폭등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가 물가상승 압력을 비교적 잘 흡수해 왔다고 볼 수 있다. 1970, 80년대의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과 비교해도 꽤 양호하다.
문제는 경제 성장이다. 올해 한국 경제가 최소 4.5%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면 글로벌 경기하강 국면에서 양호한 성적을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주식투자는 재테크 수단으로 경쟁력이 있는 것일까.
투자는 상대적 게임이다. 고정금리와 비교해 보자. 최근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9%로, 이자 소득세를 빼고 물가상승률을 단순 차감하면 실질 금리는 0.2% 안팎이 된다. 겨우 인플레이션을 만회하는 수준이다. 원금은 지키지만 별 매력은 없다. 부동산도 전 세계 시장이 내리막길인데 한국만 언제까지나 예외일 수 없다.
물론 주식시장이 아직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투명한 것처럼 보일 때는 언제나 주가가 꼭짓점이었을 때가 아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상진 신영투자신탁운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