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은행(IB) A사가 한국 기업들의 해외 전환사채(CB)를 인수하면서 불공정한 거래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한국 정부가 금융관련 범죄 혐의로 외국계 금융회사의 해외에 있는 외국인 직원들을 직접 조사하는 것은 2006년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이후 처음이다. A사는 세계 10위권의 IB로 공신력에 있어 미국계 사모(私募)펀드에 불과한 론스타와는 차원이 다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2∼3년간 투자은행인 A사의 해외 임직원들이 한국 기업 약 10개의 해외 CB를 싼값에 인수하면서 이면계약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챙긴 혐의를 잡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A사는 한국 기업의 해외 CB를 인수하면서 그 기업과 해당 기업의 주식을 빌리기로 이면계약했다. 이후 해외 CB발행 성공이라는 호재로 기업의 주가가 올랐을 때 빌린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낸 뒤 보유한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해당 기업에서 빌린 주식을 돌려주는 수법을 썼다.
이 과정에서 A사와 해당 기업이 이면계약을 공시하지 않았고, 사실상 A사에 CB를 넘기면서 마치 공개모집을 한 것처럼 위장한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금감원은 A사의 내부자거래, 주가 조작 등 다른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관련자들의 부당이득 규모에 대해 “수십억 원 차원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 사건이 A사 및 기업들의 조직적 범죄행위인지, 또는 일부 직원의 단순한 개인비리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A사는 한국 등 50여 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세계 순위 10위권 이내에 드는 글로벌 IB다. A사 측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조사를 마치는 대로 증권선물위원회를 열어 A사 및 해당 기업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