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손님들에겐 문턱 높아
《“아이템이 좋기 때문에 성공할 거라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개업 이후 계속 적자가 나더군요.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시도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도와주세요.” 윤모(37) 사장은 동아일보 산업부에 두 번이나 e메일을 보냈다. 최근 매출액이 가파르게 줄고 있어 입안이 바짝바짝 마른다고 했다. 윤 사장은 2006년 11월 경기 용인시 구갈동에 오리 바비큐 전문점을 차렸다. 10년 동안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의 점포 관리 업무를 하면서 요식 사업에 대해선 잘 안다고 자부했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가게 문을 연 이후 지난해 7월과 8월을 빼고는 늘 적자였다.》
○ 흠 잡을 데 없는 맛과 외관
지난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창원 이사와 함께 경기 용인시 ‘○○ 바비큐’를 찾았다. 가게에서 인근 강남대와 5000채 규모의 아파트 단지까지는 걸어서 10분 남짓 걸린다.
외관과 인테리어는 깔끔했다. 장작을 때는 대형 가마 덕분에 바비큐 전문점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고, 나뭇결을 살린 의자와 테이블도 바비큐와 궁합이 잘 맞았다.
요리 메뉴는 오리훈제바비큐, 바비큐삼겹살, 소시지바비큐와 해물파전, 김치전 등이고 가격대는 8000∼3만8000원이었다. 특히 1인당 1만2000원 하는 모듬바비큐가 인기다. 지난달 초에는 점심 메뉴를 추가해 순두부찌개, 된장찌개, 알밥 등도 5000원에 내놨다.
바비큐는 장작으로 초벌구이를 한 만큼 쫄깃한 맛과 향이 살아 있었고, 점심 메뉴도 한 끼 식사로는 괜찮아 보였다.
윤 사장은 동네마다 요일별로 10% 할인 혜택을 주고, 3대(代)가 같이 오는 손님들에게 20% 깎아주는 ‘효(孝)사랑 이벤트’도 벌였다. 지난해에는 지역 케이블 TV에 광고를 내고 전단지도 돌렸다. 요식업 경험이 없는 초보자는 생각하기 힘든 마케팅 활동이었다.
하지만 이 가게를 찾는 손님은 하루 평균 50명 정도로 1, 2층 315m²에 이르는 가게가 썰렁해 보일 정도다.
윤 사장은 “술손님이 많아야 매출이 늘 텐데 오후 8시 이후로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입지다. 정문 입구에 왕복 6차로가 있고, 가운데에는 지하차도가 있었다. 손님의 90%가량이 차량으로 방문하는데 가게를 찾아가기가 힘들었다. 입간판도 없고, 주차장으로 가려면 지하차도를 끼고 U턴을 해야 해 불편했다.
바비큐전문점은 전형적인 ‘가든형’으로 꼽힌다. 정원이나 연못, 아이들 놀이시설을 갖추면 가족 손님을 유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설은 없었다.
인근에 비슷한 오리 바비큐점이 있는 것도 악재였다. 지난해 10월에 문을 연 경쟁 점포는 아파트 단지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2층짜리 단일 건물로 윤 사장의 가게보다 넓고 시원한 느낌을 줬다. 주차시설도 40대 이상으로 충분했다.
요리 단가도 부담스러운 편이었다. 오리훈제바비큐는 3만8000원으로 학생이나 주부는 물론이고 평범한 직장인들이 주문하기에는 다소 벅차 보였다.
바비큐삼겹살은 450g에 2만2000원으로 그나마 저렴한 편이지만 삼겹살을 먹고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삼겹살집에 가지 바비큐집을 잘 찾지 않는다.
○ 이렇게 해보세요
이 이사는 “입지가 가장 큰 문제지만 이는 당장 개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메뉴 다양화 등을 통해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리바비큐를 시키면 누룽지탕이나 묵 무침처럼 사이드 메뉴를 줘 푸짐한 느낌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녁 손님을 겨냥해 ‘조금 비싸더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끔 해야 한다.
점심 메뉴도 좀 더 보강해야 한다.
현재 점심과 저녁의 판매 비율은 3 대 7 정도인데, 애초 1 대 9인 점을 감안하면 점심 손님이 빠르게 늘고 있는 편이다.
이 이사는 바비큐 요리와 전골 등을 결합한 1인용 세트 메뉴를 권했다. 바비큐 요리와 오리전골, 가마솥밥 등을 합해 1만 원 내외의 메뉴를 만든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비큐에 비해 맛이 떨어지는 냉면과 메밀국수 등 면 종류의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다. 면 종류 음식은 원가 비율이 낮기 때문에 이익을 빠르게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좀 더 효율적인 마케팅 기법도 필요하다. 인근 사무실을 대상으로 식권 계약을 하면 고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이사는 “사장을 포함한 종업원들이 많이 위축돼 있고 손님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며 “장사가 안 될수록 꾸준히 홍보 활동을 하고 직원들의 서비스 수준도 높여야 한 번 온 손님이 꼭 다시 오게 된다”고 조언했다.
용인=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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