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상반기 공채 면접현장 밀착취재
《7일 오전 9시 반 서울 중구 남대문로 STX 본사 3층 강당. STX그룹 실무면접을 보러 온 구직자 20여 명이 조간신문 스크랩을 보거나 자기소개서를 열심히 읽고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상반기(1∼6월) 공채 실무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1만8000여 명의 지원자 중 서류전형과 직무적성검사(SCCT)를 통과한 2500여 명이 대상이다. 실무면접에서 약 절반이 최종면접에 올라가고 그중 750명이 최종 선발된다.》
역량면접은 임원급 간부 3명이 구직자 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기본적인 인성이나 개인 역량을 약 5분간 평가한다.
면접관들은 구직자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오늘 아침 먹었어요?”라는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곧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우리가 왜 채용해야 하는지 30초 동안 설명해 보세요”, “중국 조선업체에 대항해 STX는 어떤 차별화 전략을 가질 수 있습니까”….
이재용 인사팀장은 “역량면접은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인적 사항과 STX에 대한 지식을 많이 묻는다”며 “질문 요지를 잘 파악해 구체적인 내용을 자신감 있게 답해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말했다.
구직자 3명이 한꺼번에 면접실로 들어갔다. 각 구직자는 문제지를 받고 10분 정도 생각을 정리하고, 차례로 프레젠테이션(PT)을 했다.
한 구직자는 ‘재무제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지난해 STX의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을 적시하면서 “부채비율 211%, 영업이익률 10.8% 등 좋은 재무구조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 면접관이 “STX가 재무현황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묻자, 그는 “지난해 인수합병(M&A)을 위해 차입금을 많이 쓴 것 같은데 이를 낮춰야 한다”고 답했다.
면접이 끝난 후 한 면접관은 “STX 경영현황 데이터를 외울 정도로 많은 준비를 한 학생이 인상 깊다”고 했다.
이재용 팀장은 “남의 발표를 경청하는 자세도 중요하다”며 “면접관들이 PT를 듣는 나머지 구직자들에게 ‘지금 PT를 요약해 보라’며 기습질문을 던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외국 친구가 한국에 왔다면 어디를 안내해 줄 것인가.”(면접관)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을 보여주겠다.”(구직자)
“남대문시장엔 뭐가 있나.”(면접관)
“옷, 가방 등 거의 모든 게 다 있다.”(구직자)
영어면접은 약 5분 동안 구직자 1명과 면접관 2명이 자유롭게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다. 내용은 일상생활과 관련된 평이한 것들이다.
한 면접관은 “영어회화가 가능한지 가려내기 위해 가벼운 주제로 대화한다”며 “예전엔 자기소개를 많이 시켰는데 구직자들이 달달 외워 답하다 보니 요즘은 일상생활에 대해 주로 묻는다”고 전했다.
집단토론에 앞서 6명의 구직자들은 교원평가제에 대한 자료를 받았다. A4 용지 4장에 교원평가제가 무엇인지, 도입배경 및 일정, 설문조사 등이 적혀 있었다. 구직자들은 약 10분간 자료를 보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먼저 6명의 구직자들이 돌아가면서 1분 동안 자신의 생각을 논거와 함께 밝혔다. 4명은 찬성했고, 2명은 반대했다. 이어 자유롭게 토론했다.
날선 공방은 없었다. 대체로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한 후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면접관은 “논리성이 중요한데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중도에서 무난하게 남과 함께 묻어가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양측 주장을 중재하고 조율하는 사람은 리더십이 인정돼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번 면접에 동원된 STX 임직원은 모두 140여 명이다. 이들은 사전에 16시간 동안 면접 진행 교육을 받았다.
면접관들은 STX그룹의 핵심 가치와 인재상을 기준으로 A∼E의 5단계로 점수를 매겼다. 채점표에는 창의와 도전, 변화 선도, 팀워크, 비즈니스 마인드, 문제 해결력, 기획력, 논리성 등의 항목이 적혀 있었다.
신상진 인사지원실장은 “STX만의 채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최적의 인재를 선발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