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재협상’ 실현 가능할까

  • 입력 2008년 5월 9일 02시 59분


野 “고시 거부땐 美 재협상 나설 것”

대외 신인도 하락-대미수출 타격

정부 “GATT 근거로 수입중단 조치”

“GATT 20조 원용 가능” “불가능”

‘미국산 쇠고기 해법’으로 야권은 전면 재협상을, 정부는 긴급 수입중단 조치를 주장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야권은 미국과의 재협상을 통해 사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한 반면 정부는 협상 결과를 인정하되 광우병이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측의 정치적 공방과는 별도로 이 같은 방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재협상의 경우 협상 당사자인 미국이 이에 응할지가 불투명하다.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6일(현지 시간) “합의된 한미 쇠고기 협상 내용을 재협상하거나 합의문을 개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야권은 15일로 예정된 수입위생조건 고시(告示)를 무기 연기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쇠고기 협상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고시를 통해 발효되기 때문에 고시 자체를 하지 않으면 미국도 재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야권 내부에서조차 국가 간 협상을 일방적으로 무력화하면 대외 신인도 하락은 물론 대미 수출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00년 ‘한중 마늘파동’ 때 국내 여론에 떠밀려 중국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가 무역 보복만 당했던 선례도 거론되고 있다.

통합민주당 관계자는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재협상이 가능한지, 재협상 요구에 따른 불이익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가 불투명하다”고 털어놨다.

긴급 수입중단조치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다. 정부는 한미 간 협정보다 상위에 있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규정의 예외조항을 원용하면 수입 중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GATT 20조 b항은 ‘인간 및 동식물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각국이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 청문회에서 “쇠고기 협정과 관련한 고시는 양측 간 합의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가장 하위의 법령이다. 또 이 협정은 GATT 규정을 배제하거나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며 수입 중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이번 협정은 쇠고기라는 항목에 대해서는 ‘GATT나 세계무역기구(WTO)의 일반 조항을 원용하지 않겠다’라고 미국과 합의를 한 것이다. 이제 와서 GATT 규정을 원용한다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해놓고, 문제가 생기면 다자간 협정인 WTO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