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PB 체제’ 구조조정… 투자성향-자산규모따라 세분화

  • 입력 2008년 5월 12일 03시 01분


‘투자 성향, 자산 규모에 따라 부자 고객들을 세분하라.’

최근 시중은행들이 고액 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이빗 뱅킹(PB)의 체제를 뜯어고치고 있다. 같은 PB 고객이라도 투자하는 방식과 원하는 서비스가 다르고, 자산 규모도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반영해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는 것이다.

11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은 기존 ‘WM(Wealth Management)센터’와 별도로 고위험, 고수익을 원하는 ‘공격형 투자자’에 특화된 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9월 중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새로운 형태의 PB센터를 열기로 했다. 이곳에선 WM센터가 제공하는 서비스 외에 하나대투증권의 자산관리 부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새 센터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인수합병(M&A)에 사모펀드 형태로 참여하는 등 공격적 자산 증식을 원하는 신흥 자산가를 주 고객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 부촌(富村)이 아니라 신흥 자산가들이 많이 사는 대치동에 새 센터를 처음 세우는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신한은행은 ‘대(代)를 이어’ 자산이 많은 고객을 새로운 타깃으로 정했다.

하반기 중 서울 강남과 강북에 각각 1곳씩 문을 열 ‘패밀리 오피스’는 은행에 맡긴 돈이 50억 원 이상인 고객을 유치해 ‘가문(家門)자산 관리’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기존의 PB센터인 ‘투체어스 센터’를 올해 안에 고객의 자산 규모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눌 계획이다.

서울, 부산 등지에 운영 중인 총 7개의 투체어스 센터를 하나로 통폐합해서 은행에 맡긴 돈이 30억 원 이상인 초고액 자산가 전용센터로 개편한다. 이들 고객에게는 프라이빗 뱅커와 세무사, 부동산 전문가들로 전담 자산관리팀을 꾸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자산 규모가 3억 원 이상∼30억 원 미만인 고객이 대상인 지역별 PB센터를 10여 개 신설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PB센터들을 개편하는 데에는 자본시장 통합법도 영향을 미쳤다. 내년 2월 시행되는 자통법은 은행이 고객의 투자 자문에 응해 주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고액 자산가를 ‘관리’하기 위해 대가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쳤던 PB 분야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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