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외국기업]아주그룹 품질혁신 현장

  • 입력 2008년 5월 15일 02시 57분


충남 아산시의 아주산업 콘크리트 파일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골재와 시멘트가 섞이는 형틀을 선반에 옮기고 있다. 이 공장은 6시그마 운동을 벌여 재료의 낭비를 줄이고 작업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었다. 아산=한우신  기자
충남 아산시의 아주산업 콘크리트 파일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골재와 시멘트가 섞이는 형틀을 선반에 옮기고 있다. 이 공장은 6시그마 운동을 벌여 재료의 낭비를 줄이고 작업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었다. 아산=한우신 기자
《동아일보 산업부는 오늘부터 목요일자 동아경제 ‘이코노미 플러스’면에 ‘중견·외국기업’면을 격주로 게재합니다. 신설되는 ‘중견·외국기업’면에는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생생한 현장과 화제의 최고경영자(CEO) 인터뷰, 중소기업 소식, 외국계 기업 탐방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길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돌 하나도 안버린다” 재료대비 생산량 99%

4년간 6시그마 운동

직원 솔선수범 나서

자재 낭비 크게 줄여

14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아주산업의 콘크리트 파일 생산 공장.

공장 정문에서부터 골재와 시멘트를 섞는 소리가 “윙∼ 윙∼” 하고 들렸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복도 왼쪽에는 ‘전사적 생산성 향상 관리(TPM) 추진 현황판’이, 오른쪽에는 ‘6시그마 추진 현황판’이 눈에 띄었다.

김덕화 아주산업 지원팀장은 “TPM 현황판은 생산 공정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6시그마 현황판은 어떻게 공장 효율성을 높였는지를 설명해 준다”며 “지속적인 품질 개선 노력으로 아산공장은 아주그룹 품질경영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고 말했다.

아주그룹이 ‘품질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2004년 ‘6시그마 운동’을 도입한 이후 품질 향상 등 가시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은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한국품질경영학회가 선정하는 ‘2008 한국품질경영인대상’을 수상했다.

○ 품질 혁신 통한 생산성 향상

“품질 혁신의 대표적인 예를 하나 보여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김 팀장은 파일 형틀로 기자를 데려갔다.

콘크리트 파일을 만들기 위해선 골재와 시멘트를 섞어 부어야 하는데 기존에는 투입량을 눈짐작으로 정해 계량조(計量槽)에 부었다. 하지만 ‘3차 6시그마’ 운동이 한창이던 2006년 9월 자동 설비를 도입해 자재의 투입량을 자동으로 조절했다.

김 팀장은 “육안으로 재료 양을 측정하던 시절에는 불량품을 막기 위해 기준보다 무조건 많이 자재를 넣었다”며 “지금은 자동 설비 덕분에 불량률도 낮추고 재료 낭비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5년 93.8%이던 투입량 대비 생산량은 당초 목표인 97%를 넘어 현재 99%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품질 혁신은 직원들의 호응에 힘입어 더욱 탄력을 받았다.

골재를 운반하는 트럭의 적재함은 보통 좌우 끝부분이 평평했다. 운전사들은 이동 시 골재가 흘러내릴 것을 걱정해 정량보다 적게 담았다. 하지만 양쪽 끝을 둥글게 올라오게 바꾸면서 적재량을 더 늘릴 수 있었다. 이처럼 ‘작지만 실용적인’ 아이디어들이 현장 직원들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현장 작업반장 정영찬 씨는 “처음엔 문제점을 찾고 아이디어를 내라고 할 때는 이런 일을 왜 해야 하나 싶었다”며 “하지만 실제 반영되면서 작업 환경이 좋아지고 생산성이 높아져 돌아오는 수익도 많아지자 직원들이 혁신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공장의 6시그마 운동은 현재 6번째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6시그마 목표는 ‘슬러지(작업할 때 나오는 하얀 찌꺼기) 감소를 통한 대외 경쟁력 확보’다. 이를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매주 회의를 열고 있다.

김태연 공장장은 “모든 직원이 자발적으로 품질 혁신과 지식 공유에 나서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콘크리트 파일 품질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 변화와 혁신

아주그룹은 1960년 콘크리트 전주(電柱) 생산회사로 출발했다. 당시 농어촌에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전주 수요가 많았고, 이에 사세도 빠르게 커졌다.

1970년대 건설용 고강도 파이프를 주력으로 생산했고 1980년에는 레미콘 사업에도 진출했다.

부동산 열기에 힘입어 사업은 승승장구했지만 근원적인 문제도 있었다. 전주, 건설 파이프, 레미콘 모두 성장에 한계가 있었고 건설 경기에 민감한 품목들이었다.

문 회장은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주력하면서 지금까지 500건이 넘는 아이템을 연구했다. 그는 “신(新)성장 동력을 찾는 과정에서 직원들 사이에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의무감 같은 게 생겼고, 그게 바로 아주그룹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 들어서 아주그룹은 사업다각화와 인수합병을 통해 관광레저, 자동차 렌트, 리스금융 회사로 모습을 바꿨다. 현재 금융, 물류, 관광 등 14개 계열사를 지닌 중견그룹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조4000억 원.

문 회장은 “품질경영이 6시그마, 지식경영,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 등을 통해 글로벌 수준에 이를 때까지 계속 투자할 계획”이라며 “한 단계 높은 경쟁력으로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

▼ 1960년

전주 생산 회사 출발

▼ 1970년

고강도 파이프 생산 주력

▼ 1980년

레미콘 사업 진출

▼ 현재

금융물류 관광 등 14개 계열사, 작년 1조4000억 매출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아산=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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