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g으로 200km 거뜬
《첨단 기술이 집약된 수소 자동차의 시동은 쉽게 걸렸다. 기자가 시동 버튼을 누르자 ‘부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12개의 실린더가 숨 가쁘게 펌프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달 7일 기자가 탑승한 차량은 독일 자동차 회사 BMW가 2006년 개발한 ‘하이드로젠 7’.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는 수소와 화석연료인 가솔린 두 가지 연료를 사용해 달리는 첨단 차량이다. 이날 BMW 수소차 개발책임자 미하엘 모이러 씨와 하이드로젠 7에 동승해 수소 자동차 기술의 최신 동향을 물었다. 모이러 씨는 BMW에서 20년 넘게 개발자로 활약해 왔다.》
최고속도 높이려 가솔린 함께 사용… 운전대에 수소-가솔린 전환버튼
○ ‘H2’단추 누르자 수소차로 변신
수소차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미래형 차량이지만 주행거리도 짧고, 속도도 느린 장난감차 같다는 인상을 준다. 디젤이나 가솔린 차량에 비해 힘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도 작용한다.
하지만 이날 기자가 탑승한 차량은 속도감과 승차감이 여느 승용차와 다를 바 없었다.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있던 모이러 씨는 “아직까지 전기로 달리는 연료전지 방식은 가솔린을 사용하는 일반 차량만큼의 최고 속도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일반 차량 수준의 힘을 내기 위해 과도기적으로 수소를 연소시키고 가솔린을 병행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반 차량과 비슷한 시속 230km까지 낼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기 시작하자 차량의 속도가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수소든 가솔린이든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불과 9.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한참을 달리던 중 옆에 앉아 있던 모이러 씨가 갑자기 손을 뻗어 운전대에 붙어 있는 ‘H2’라고 쓰여 있는 단추를 꾹 눌렀다. 연료를 가솔린에서 수소로 전환한 것이다. 속도나 승차감에는 역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다시 버튼을 누르자 이번에는 엔진에 다시 가솔린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모이러 씨는 “하이드로젠 7의 시동을 거는 데는 수소 분자(H2) 1개만이 사용된다”고 했다. 수소 분자 1개에 충격을 주면 다시 다른 수소와 연쇄반응이 일어나면서 폭발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여느 차량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이 차량이 첨단 수소자동차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설명이다.
○ 충전 시간은 주유 시간보다 길어
하이드로젠 7의 연료통에 수소 8kg을 충전하면 200km까지 달릴 수 있다. 수소 1kg은 가솔린 3.8L와 동일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78L들이 연료통에 가솔린을 가득 채우면 500km를 더 달릴 수 있다. 모이러 씨는 “장거리 주행을 위해서는 수소로만 400∼500km까지 갈 수 있는 엔진과 연료 기술이 추가로 확보돼야 한다”고 했다.
8kg들이 용기에 액화수소를 충전하는 데는 7∼8분이 걸린다. 일반 차량의 주유 시간보다 2∼3배 오래 걸리는 셈이다. 두 개의 주입구 중 윗부분에 자리한 수소 주입구는 액체수소가 새지 않도록 특수 봉인장치가 설치돼 있다. 최근 모든 충전 과정이 자동화됐다.
모이러 씨는 “수소를 쓰느냐, 가솔린을 쓰느냐를 버튼 하나로 결정할 만큼 기술이 발전했다”며 “수소차 확대를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수소의 높은 공급 가격과 인프라스트럭처 부족”이라고 했다.
수소를 얻는 방법으로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를 분해하는 화학적인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이 중 화학적 방법은 가장 선호되는 방식이다. 학자들은 원자로에서 얻은 고열로 바닷물에서 수소를 얻는 방법이 앞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연방재생에너지연구소는 태양열 방식으로 수소 1kg을 만드는 데 3.63달러, 풍력으로는 3.1달러가 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kg당 1.5∼2달러면 수소차 보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 발행되는 ‘환경매거진’은 수소 차량이 대중화되기까지 2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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