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14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면서 이윤우 신임 총괄대표이사 부회장에 대해 ‘초일류 도약을 위한 새로운 전략 추진의 적임자’라는 표현을 썼다.
이 새로운 전략의 하나로 시스템LSI(비메모리)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이 부회장과 권오현 신임 반도체총괄사장 모두 삼성 반도체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비메모리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데이터 저장을 목적으로 한 메모리반도체의 절대 강자(强者)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29.9%로, 2위인 하이닉스반도체(14.5%)의 2배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에서도 메모리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불과하다는 점이 문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전체 매출에서 시스템LSI의 1위 기업인 미국 인텔에 한참 뒤진 2위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런 구조적 약점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윤종용 총괄대표이사-황창규 반도체총괄사장 시절에 ‘메모리 반도체 성공 신화’를 이뤘다면 지금의 이윤우 총괄대표-권오현 반도체총괄 사장 체제에서는 ‘비메모리 신화’를 창출해야 초일류기업으로의 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트랜스칩 이스라엘’을 인수하는 등 이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다.
권 사장이 그동안 이끌어온 시스템LSI의 매출 순위도 2002년 세계 20위에서 2003년 18위, 지난해에는 14위까지 성장했다. 분기별 매출액도 지난해 4분기(10∼12월) 9000억 원을 달성하며 조만간 1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스템LSI 제품 중 디스플레이 구동칩, 내비게이션용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MP3용 컨트롤러 등은 지난해 말 기준 세계 1위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메모리반도체의 절대 우위를 유지하면서 시스템LSI 분야를 세계 5위권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삼성전자의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이윤우 부회장의 상대적 장점은 대외협력담당을 맡으면서 세계적 파트너가 많고 글로벌 경영 체제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글로벌화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국IBM에 ‘글로벌통합기업(GIE)으로의 전환’ 문제에 대한 사전 컨설팅을 받은 적이 있으나 특검 정국 때문에 흐지부지된 바 있다.
윤종용 전 총괄대표가 강조해온 ‘신흥시장 공략’ 전략은 이 부회장 체제에서도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위로부터의 변화 필요 2년전부터 퇴진 생각”▼
윤종용 고문 e메일 이임사
14일 발표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 총괄대표이사 부회장에서 물러난 윤 상임고문은 자신의 퇴진 이유에 대해 “삼성전자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혁신하기 위해서는 위로부터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여러분은 자만을 경계하고 성공에 도취되지 말고 항상 새롭게 변화하고 혁신을 계속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성장해올 수 있었던 것은 삼성이라는 훌륭한 조직 속에서 선대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훈련받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