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감축 탄력성도 줄어… 일부선 “최대한 버텨볼것”
《충북 청주시에 있는 전자제품 제조업체 J사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한 달 뒤부터 인건비 지출을 크게 늘리든지, 아니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해고해야 할 처지다. 전체 종업원이 110명인 이 회사는 비정규직이 10명이다. 이 회사는 올해 7월부터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비정규직법)의 ‘차별금지’ 조항을 적용받는다.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사이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한 이 조항은 지난해 7월 상시 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기업에 적용됐으며, 올해 7월부터는 상시근로자 수 100∼299명인 기업에, 내년 7월부터는 100명 미만인 기업에 확대 적용된다. 이 조치에 따라 올해 7월 중소기업들에 ‘인건비 대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7월, 중소기업 ‘인건비 대란’ 일어나나
J사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들 사이에 업무 차이는 없다. J사는 비정규직 10명의 정규직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셈을 해보니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한 사람당 월급을 현재 78만7930원에서 107만2790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지금은 기본급만 주고 있지만 정규직이 되면 매달 성과급 13만3330원, 4대 사회보험료 11만8200원, 복리후생비용도 3만3330원을 더 줘야 하기 때문이다. 추가되는 연간 인건비는 3418만 원 정도다.
충남 천안시의 자동차부품업체 D사는 상시 근로자 수가 80명으로 내년 7월부터 차별금지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D사는 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현재 30명 수준인 비정규직 근로자 중 1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20명은 비정규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10명의 월급은 104만1320원에서 164만9320원으로 오르게 된다. 무려 60%가 뛰는 셈. 이전까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복리후생비용과 상여금에 차별을 두었기 때문이다.
D사는 “우리는 인건비가 올라도 사람이 없어 인력 감축은 못한다. 연간 추가 인건비 7296만 원을 꼼짝없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에 소개된 기업들은 중소기업중앙회가 7월 비정규직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중소기업 4곳을 상대로 심층 조사를 실시한 자료 중 일부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중소기업의 목을 조르는 효과를 내게 된 상황이다. 조사에 응한 업체들은 한목소리로 “정부가 아무 대책 없이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을 영세한 중소기업에 전가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다.
○ 비정규직은 중소기업 문제
대구의 자동차부품업체인 또 다른 D사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에 임금 차별이 전혀 없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추가 비용은 없다. 이 회사의 상시 근로자는 229명, 이 중 비정규직은 현재 7명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하청업체인 우리는 대기업 납품상황에 따라 사람을 줄여야 할 일이 반드시 생긴다. 그때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하지 못하면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업원 수 15명 안팎인 경기 성남시의 A사는 가전제품 조립업체. 단순 조립작업이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는 일의 차이는 없다. 그러나 이모(44) 사장은 “비정규직법 적용을 받게 되더라도 최대한 버티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처럼 영세한 업체는 근로자들도 급여가 워낙 낮다 보니 본인 급여에서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 등을 공제해야 하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으로 있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법의 확대 적용이 상당수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겐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 노동부가 지난해 12월 종업원 수 300명 미만인 중소기업 328곳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업체 226곳 중 18%는 비정규직법 확대 적용에 대한 대책으로 ‘비정규직과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했고 10%는 ‘외주를 주겠다’고 답변했다.
중기중앙회 정인호 인력정책팀장은 “비정규직 문제는 중소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인데 정책 당국이 이 점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570만여 명 중 534만여 명이 종업원 수 300명 미만인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