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드 라이온스 대표 밝혀
영국 스탠더드차터드(SC) 글로벌리서치그룹 제라드 라이온스(사진) 대표는 13일 본보 기자와 만나 “원-달러 환율을 높여 원화가치를 떨어뜨린다 해도 중국 때문에 한국 제품이 국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SC제일은행이 주최한 투자세미나 참석차 최근 방한했다.
“물가가 오르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 내수가 위축됩니다. 수출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한국은 경제성장을 위해 내수회복에 주력해야 합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환율을 낮춰 수입 물가를 떨어뜨려 물가상승을 막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었다. 그의 생각은 최근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원-달러 환율 수준을 높게 유도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정책기조와 크게 달랐다.
그는 이어 한국은행이 경기하강을 우려해 올해 안에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3분기(7∼9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4분기(10∼12월)에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
라이온스 대표는 또 현재 미국 경기가 침체(recession) 상태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2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개인의 신용부실에서 비롯된 경기침체인 만큼 금융기관이나 기업은 빨리 회복할지 몰라도 민간소비가 살아나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이에 따라 2분기(4∼6월), 3분기 연속으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국 경기가 침체기에 빠졌다가 2010년경 완만한 ‘U’자를 그리며 다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원자재 가격에 대해 그는 “경제성장과 인구증가로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원자재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며 “높은 원자재 가격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온스 대표는 “악재(惡材)가 적지 않지만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면서 “특히 중국 인도 등에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등이 지속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진출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액정표시장치(LCD), 조선, 반도체 등 한국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여전히 강하다고 평가하면서 “가격 경쟁력보다 제품의 질을 혁신적으로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