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15일 한국석유공사의 본사를 직접 압수수색한 것은 한국석유공사 관련 의혹 수사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 내 최고 수사기관인 대검 중수부가 직접 나선 만큼 이번 압수수색을 예사롭게 넘길 수 없다는 시각이 많다.
대검 중수부가 수사 역량을 모두 투입한 사건은 2006년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사건 이후 약 2년 만이다.
최재경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최근 “비리가 중대하여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대검 중수부에서 직접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공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는 배경엔 무엇보다 공기업의 역할이 행정기관 못지않게 커졌는데도 최근까지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공기업은 방만한 경영의 차원을 넘어 내부 비리가 구조적이고 고질적일 정도로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검찰 내부에서는 인식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역대 정권은 공기업의 비리 척결을 입버릇처럼 강조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기업 비리를 철저하게 파헤친 일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대검 중수부를 비롯한 부패범죄 수사부서가 총동원된 검찰의 공기업 수사가 과거처럼 ‘일과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미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금융조세조사부, 외사부, 첨단범죄수사부 등 전국 검찰청의 특별수사 역량을 한꺼번에 투입해 공기업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검은 지난달 15일 공공기관 비리 단속 지시를 전국 지검 및 지청에 내려 보냈다. 검찰은 전국적으로 20여 개의 공기업을 수사 또는 내사하고 있다. 검찰 수사 리스트에는 주요 공기업이 대부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산업은행의 특혜 대출 의혹과 대한석탄공사의 M건설 특혜 지원 의혹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를, 금융조세조사2부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임직원의 금품 수수 의혹을, 서울남부지검은 증권예탁결제원의 방만한 예산 집행 등을 각각 수사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공기업 관련 의혹 수사 과정에서 전 정권의 비리가 불거지면서 자연스럽게 과거 정권 인사에 대한 사정(司正) 수사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공기업 고위층의 인사 비리나 배임 혐의 등을 조사하다 보면 이들과 친분이 있는 정치권 인사의 청탁이나 외압 행사 여부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수사의 무게중심이 옮겨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의 공기업 수사가 이명박 정부가 역점을 둔 공기업 개혁이나 공기업 기관장의 물갈이 등에 힘을 보탤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공기업에 대한 첩보 수집은 18대 총선 전부터 준비를 해왔고, 다만 선거 전 수사 착수는 정치적인 오해를 살 수 있어 최근에야 수사가 본격화됐던 것”이라며 “다른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