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땐 돌려받고 실패땐 감면
추진-선발과정서 로비 가능성
檢수사, 임직원횡령에 우선 초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15일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일단 일부 임직원의 횡령 혐의 규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선 이번 수사가 단순히 횡령 의혹 규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임직원 횡령 의혹=검찰은 이날 석유공사가 자체 관리하는 예산을 사용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수십억 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임직원들이 일상적인 예산을 집행하면서 거래처에 예산을 과다 배정한 뒤 이를 돌려받아 빼돌렸는지, 실제 지출하지도 않은 물품이나 항목에 대해 예산을 결제한 뒤 거짓 지출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횡령했는지 등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횡령 의혹과 관련한 금액이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원제도의 맹점-성공불융자=검찰은 이번 수사가 로비 또는 리베이트 의혹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 “섣부르다”고 선을 그었지만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석유공사의 허술한 자금관리 시스템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정부의 국내 및 해외 석유개발 사업과 관련한 예산을 집행하는 곳으로 민간기업들은 공사의 자금을 지원받는다.
공사와 민간기업들을 잇는 고리 가운데 ‘성공불융자 제도’가 있다. 자원개발처럼 리스크가 높은 영역에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실패했을 경우 기업이 상환할 원리금을 대폭 또는 전부 감면해 주는 것이다. 의욕적으로 자원개발을 추진하기에 충분한 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반면 개발 사업이 실패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검찰이 석유공사 수사에서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기업들이 석유공사로부터 융자를 받아내기 위해 석유공사나 윗선인 옛 산업자원부에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수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구조적 비리를 확인하는 데 있다”고 말해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