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음성통화 위주의 기존 휴대전화 서비스(2G)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 '화상통화' '인터넷 검색' 등이 가능한 3G서비스를 본격화 하면서 LG텔레콤이 때 아닌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PCS 사업자로 1.8GHz 주파수를 사용하는 LG텔레콤과 KTF는 그동안 800MHz 주파수 사용으로 시골에서도 잘 터지는 SK텔레콤에 비해 '통화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2.1GHz 주파수를 사용하는 WCDMA 서비스에 '다걸기'(올인) 하고 있는 SKT와 KTF의 통화품질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면서 기존 주파수를 이용한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는 LGT의 고객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실태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SKT의 3G서비스가 통화 장애를 일으켜 약 3시간 동안 가입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같은 달 29일에도 서울 일부 지역에서 SKT의 3G망이 불통돼 가입자들이 약 30분가량 통화를 하지 못했다.
같은 날 KTF 3G 가입자들도 경기 부천 인근에서 약 30분가량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아'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이 밖에 통화 중 갑자기 전화가 끊기거나, 연결은 됐지만 상대방의 목소리가 제대로 안 들리는 등 크고 작은 서비스 불안은 지금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최근 KTF의 3G 휴대전화를 구입한 김 모 씨(40)는 "단말기를 싸게 구입할 수 있어서 번호이동을 하고 3G로 바꾸었는데 오히려 기존 휴대전화보다 통화 중 끊기는 현상이 자주 생긴다"고 말했다.
●3G 통화품질이 떨어지는 이유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현재 SKT와 KTF는 1990년대 중 후반 수준의 통화품질 밖에 제공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쇼'와 'T라이브'로 대표되는 SKT와 KTF의 WCDMA 서비스는 기존 CDMA와는 완전히 방식이 다르다.
WCDMA는 유럽 이동통신 표준인 GSM 방식이 진화한 형태이기 때문에 국내 이통사들이 그동안 구축해 놓은 CDMA 기지국을 업그레이드해 사용할 수 없는 것.
KTF와 SKT는 3G서비스를 위해 백지상태에서 WCDMA 기지국을 세워왔으나 1000만 명을 돌파한 WCDMA 가입자의 통화량을 모두 소화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WCDMA 주파수인 2.1GHz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실어 나를 수 있고 직진성은 뛰어나지만 회절성이 떨어져 빌딩 숲에서는 도달 거리가 SKT 주파수인 800MHz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800MHz 주파수를 사용해온 SKT의 경우 기존 CDMA 기지국 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기지국과 중계기가 있어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2배 수준 밖에 기지국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WCDMA 서비스의 통화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CDMA와 WCDMA 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듀얼밴드듀얼모드'(DBDM) 단말기를 내놓아야 한다.
아직 WCDMA 투자가 충분치 않은 SKT의 경우 DBDM 단말기 제조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충분히 많은 기지국을 설치했다"며 '쇼' 서비스를 시작한 KTF가 "DBDM이 아닌 3G전용 폰이면 충분하다"며 대량으로 단말기 납품을 받기 시작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KTF가 3G 전용 폰을 내놓는 상황에서 SKT만 DBDM 단말기로 가입자를 받을 경우 △부품 수 증가로 인해 단말기가 무거워지고 △칩이 두 개 들어가 단말기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WCDMA 시장에서 KTF와 경쟁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SKT는 아직 기지국 인프라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3G 전용 폰을 판매하다 보니 통화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TF는 "업계 최고 수준의 WCDMA 망을 갖췄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KTF 역시 급격히 늘어난 가입자를 소화하지 못해 거의 매일 새벽 전국 각지에서 기지국 용량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KTF의 통화품질이 주로 새벽에 떨어지는 것도 이 시간대에 기지국에서 공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KTF 측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LGT에 가입해야 하나?
3G 단말기의 품질이 아직 안정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2G 단말기는 국내 업체들이 지난 10여 년간 제조해 오면서 품질이 안정됐지만 WCDMA 단말기는 아직 버그(오류)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 WCDMA 서비스는 과거 CDMA 초창기 수준의 품질일 수밖에 없으며, 통화 품질이 안정될 때까지는 소비자들도 기다려 주는 수밖에 없다"는 게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얘기.
SKT와 KTF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LGT는 비교적 안정적인 통화품질과 기존 통신망을 이용한 3G 서비스 '오즈' 등을 내세워 가입자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LGT는 '비교 광고'등 공격적인 마케팅은 꿈도 꾸지 못하는 입장.
지방 및 산악지역에서 통화품질을 높이기 위해 SKT의 800MHz 주파수를 임대나 로밍 방식으로 재분배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자칫 SKT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주파수 재분배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신규가입이나 단말기 교체를 원하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3가지라고 조언한다.
먼저, 보조금을 받으며 저렴하게 WCDMA 서비스에 가입한 뒤 통화품질이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것.
두 번째는 당장 안정적인 서비스와 요금제를 유지하기 위해 수십만 원을 지불하고 2G 단말기를 구입하는 것.
마지막은 보조금을 받으면서 기존 CDMA 기지국을 이용하는 LGT 3G서비스로 번호 이동하되, WCDMA 서비스보다 다소 느린 속도를 감수하는 것이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