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내리면서 글로벌 유동성은 풍부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신용시장이 경색돼 풍부해진 유동성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미국 투자은행(IB)들의 1분기(1∼3월) 실적 발표를 계기로 미국발(發) 신용경색 문제는 최악의 상황을 지나 해결 국면으로 진입했다. 이에 따라 유동성이 선순환하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으로도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인수합병(M&A) 재료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반전한 점, 신흥시장으로 해외 뮤추얼 펀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 등은 유동성이 선순환하고 있다는 논리를 뒷받침한다.
물론 이런 ‘유동성 논리’로 시장이 계속 상승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향후 투자 위험 요인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표적인 리스크 요인이다.
과거의 미국 경기 침체는 제조업에서 시작되어 서비스업을 포함한 전 영역으로 확대돼 침체의 기간이 길고 벗어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현재 미국 경제의 어려움은 모기지 관련 부실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였다는 점에서 과거 미국의 경기 침체기와는 많이 다르다.
인플레이션 문제는 결국 원자재 가격과 연동돼 있고 원자재 가격은 다시 달러 가치에 연동돼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4월 미국 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달러 가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6월 FOMC에서 금리가 동결되면 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달러 가치 상승과 원자재 가격 하향 안정에 의한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의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인플레이션이 주식시장 전반의 하락 리스크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기술주와 자동차주 등 주도주가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을 잘 이겨내고 있고 주도주의 공백을 철강 등 중국 관련주가 메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의 전반적인 흐름도 나쁘지 않다. 단기 급등으로 추격매수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반전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