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이 올해 내에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하기로 합의하면서 FTA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품 양허(시장 개방)와 자동차 기술표준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여전히 의견이 엇갈려 최종 협상 타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16일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이혜민 한국 측 FTA 수석대표는 15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EU FTA 7차 협상을 마치고 “한국과 EU 양측이 FTA를 연내 타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측 수석대표도 “연내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측은 지난해 5월 1차 협상을 시작했지만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 측의 의사결정이 지연돼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협상의 ‘마감시한’을 처음으로 정한 만큼 앞으로 진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서울에서 열릴 8차 협상에서 상품양허와 자동차기술 표준 등 민감한 핵심 쟁점을 토대로 ‘주고받기 식’의 일괄 타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앞서 수시로 분과별 협상을 벌여 쟁점을 최소화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요 쟁점은 통상장관급 회담과 수석대표 간 절충을 통해 풀기로 했다.
하지만 최종 타결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자동차 분야에서 EU 측은 자신들의 자동차 안전기준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우리 측은 현재 10%인 EU의 자동차 관세를 3년 내에 철폐해 달라고 맞서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한국산 판정기준(부가가치 비율 60%)도 한미 FTA(부가가치 비율 45%)를 넘어서는 것이어서 우리 측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도 EU 측이 “정치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EU 측이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제한(49%)을 완화하고 법률시장 개방 폭 확대를 요구한 서비스 분야도 난제가 적지 않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양측이 아직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는 ‘패키지’를 만들지 못했다”며 “8차 협상 이전에 주요 쟁점의 견해차를 좁힌다면 일괄타결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