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만 바라보다… 원화 ‘나홀로 약세’

  • 입력 2008년 5월 17일 02시 58분


달러 이어 원-엔, 원-유로 환율 덩달아 급등

중국은 물가불안 막으려 ‘강한 위안화’ 용인

올해 들어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유독 약세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엔 유로 위안 등 다른 주요국 대부분의 화폐는 달러화에 비해 강세를 나타냈다. ‘나 홀로 약세’를 유지하다보니 이들 제3국 통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1월 2일 달러당 111.93엔에서 5월 16일 104.85엔으로 하락(엔화가치는 상승)했다.

엔화가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은 같은 기간 100엔당 838.20원에서 1000.86원으로 19.4%나 올랐다. 국제통화인 엔화는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대체 통화로 인식돼 있어 약(弱)달러는 곧 엔화의 강세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유로화도 엔화와 마찬가지 양상을 보였다. 1월 초 국제 외환시장에서 1유로는 1.46달러에 거래됐지만 16일 현재 1유로의 가치는 1.54달러로 올랐다. 이에 따라 원-유로 환율은 같은 기간 1370원대 초반에서 최근 1620원대로 무려 250원이나 급등(원화가치 하락)했다.

중국 위안화도 4월 달러당 6위안대로 떨어지면서 원-위안 환율 역시 올해 초 1위안에 128원 수준에서 최근 150원대까지 치솟았다.

미국 달러화가 글로벌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영향으로 미국의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금리하락으로 달러화 자산의 투자유인이 줄면서 달러 팔자세가 나타나 달러는 더욱 약세를 띠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가 다른 주요국 화폐에 비해 약세를 보인 이유로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한국 등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의 투자매력이 떨어졌다는 점을 꼽고 있다. 여기다 한국 정부가 경상수지 적자를 막기 위해 원화 약세를 지지해 온 것도 큰 몫을 했다.

유럽, 일본 등의 국가들은 한국과 달리 달러에 대한 자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로 매겨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수입 물가는 그만큼 오르지 않는 효과를 누렸다.

과거에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고려해 ‘강한 위안화’에 거부감을 보였던 중국 정부도 가파른 물가 상승세 때문에 위안화 강세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

또 베트남 등 다른 신흥시장 국가의 중앙은행들도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달러 대비 자국 화폐의 평가 절상을 용인하고 있다.

박원암 홍익대 교수는 “원화만의 약세 현상은 중국 등 제3국과 수출 경쟁에는 유리하겠지만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 그에 따른 소비위축 등 다양한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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