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기업 인사적체 해소 창구” 손실 늘고 업무 줄어도 ‘GO’

  • 입력 2008년 5월 17일 02시 58분


일부 자본잠식… 방송광고公 3개 지사 인건비도 못 벌어

건설관리公은 10년전 민영화 결정하고도 아직 그대로

감사대상 자회사 65곳중 40%가 2003년 이후 새로 설립

공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의 칼날이 공기업의 자회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감사원이 정부에 공기업 자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것은 공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방만한 경영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모회사와 자회사 간 수의계약, 부당내부거래, 모회사 인력의 편법 파견이 이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이다.

○ 수의계약-부당내부거래-인력 편법 파견

감사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공기업 구조조정이 중단된 이후 공기업들이 정부 통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자회사 수를 늘리고 이들 자회사를 모기업의 인사적체 해소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이 금융공기업을 포함한 32개 공기업의 65개 자회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2003년 이후 새로 생긴 곳이 26개(40%)나 됐다.

특히 모회사의 설립 목적이나 기능과 무관한 사업 다각화 또는 시장영역 확대 등의 목적으로 설립된 자회사가 65개 중 28개(44%)였으며 이 중 14개가 2003년 이후에 신설됐다.

이처럼 공기업들이 앞 다투어 설립한 자회사는 모기업의 인력을 흡수하는 역할을 했다. 주택관리공단의 경우 작년 말 현재 2117명의 임직원 가운데 46%인 967명이 모기업인 대한주택공사 퇴직자였다. 산업은행은 퇴직 직원을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에 임명하기도 했다.

자회사를 통한 방만한 경영은 경영 성과의 악화를 불렀다.

감사원이 56개 자회사 가운데 지난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회사를 제외한 46개 회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의 총자산 규모는 2003년 말 53조 원에서 작년 말 76조 원으로 43% 증가했고 매출액도 같은 기간 23조 원에서 35조 원으로 52% 확대됐다. 하지만 부채비율은 102%에서 126%로 상승하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5.8%에서 10.1%로 하락하는 등 질적 경영지표는 오히려 악화됐다.

○ 감사원 “15개 회사 매각하라”

감사원은 주택관리공단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한국건설관리공사 등 모기업의 핵심 사업과 관련이 없거나 경쟁력이 없는 자회사 15개를 매각하라고 권고했다.

대한주택공사의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은 민간과 경쟁관계에 있는 임대주택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데 경영 효율성이 떨어져 모회사인 주공의 지원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한국토지공사의 자회사인 한국토지신탁은 민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2005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주공 토공 한국도로공사 수자원공사 등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한국건설관리공사는 민간 경쟁이 치열한 건설감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98년 민영화가 결정됐지만 노조의 반발로 2001년 민영화 작업이 중단됐다.

안산도시개발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1995년 지역난방기술과 경험 전수를 위해 경기 안산시와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 감사원은 설립 목적이 이미 달성됐으므로 지역난방공사 지분 51%를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신용보증기금이 금융회사들에 기업신용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005년 설립한 한국기업데이터도 4개 민간 기업신용정보회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손실이 누적되고 있으므로 매각해야 한다고 지적됐다.

○ 7곳은 모회사 흡수 또는 군살 빼기

경북관광개발공사와 인천공항에너지 등 모기업과 업무가 유사하거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는 자회사는 모기업에 흡수시키거나 청산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공사는 1997년 인천국제공항시설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인천공항에너지를 설립했다. 이 자회사는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당시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요금(kWh당 72.04원)보다 44.94원이 비싼 116.69원에 전기를 공급하는 바람에 모기업이 올해 2월까지 872억 원의 전기요금을 추가로 물어야 했다.

자회사와 유사한 지방사무소를 설치하거나 조직 인력이 비대한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채권관리센터, 증권예탁결제원 지원, 산재의료관리원, 한국방송광고공사 지사 및 지소 등은 폐지와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방송광고의 영업환경이 달라지면서 업무량이 줄었는데도 전국 10개 지역조직을 그대로 유지해 경영 손실을 초래했다. 이들 조직 중 대구 광주 대전 전북 등 4개 지사는 최근 4년간 모두 38억 원의 당기 순손실이 발생했다. 대구 광주 전북 등 3개 지사는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인건비도 대지 못했다. 5개 지사의 경우 관리 지원인력이 51%를 차지해 실제 매출을 올리는 영업직에 비해 지나치게 많았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정기선 기자 ks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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