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현재 코스피지수는 1,888.88로 2개월 전보다 314.44포인트(19.97%)가 올랐다.
최근 2개월간 19.97%의 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미국의 다우존스산업지수(8.47%), 중국 상하이종합지수(―5.13%)의 추이와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 기간 한국과 비슷하게 오른 나라는 일본(20.63%), 브라질(21.25%) 정도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증시 급등의 원인으로 외국인 투자가의 달라진 움직임을 꼽고 있다. 최근까지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 팔기에 정신이 없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11개월 동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무려 41조6000억 원어치를 순매도(매도금액에서 매입금액을 뺀 것)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매도 압력은 1월(8조5449억 원 순매도)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달 들어선 순매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16일 현재 순매입 금액은 6812억 원으로 외국인이 월 기준으로 순매입을 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꼭 1년 만이다.
○ 미국 신용위기 우려 약화, 수출기업 실적호조가 증시 떠받쳐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시장 상장사 615개의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력 수출업종인 전기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16.97%, 자동차와 조선주가 포함된 운수장비업종의 영업이익은 101.26% 늘었다. 시가총액 상위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은 최근 2개월간 주가상승률이 각각 38.18%, 38.43%, 26.24%, 35.47%로 ‘고공 비행’을 했다.
동부증권 신성호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환율 혜택을 본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업종이 주가상승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의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금융위기의 후유증이 실물로 전파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대차거래 영향으로 외국인들 ‘바이 코리아’ 나서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사들이는 데는 대차(貸借)거래의 영향도 가세했다. 대차거래는 주가가 앞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싼 값으로 같은 양의 주식을 사서 갚는 거래. 따라서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면 나중에 갚을 금액이 커져 손해를 보게 된다.
15일 현재 대차거래 잔액은 43조4086억 원이며 이 중 외국인 비중이 약 90%다.
그동안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대차거래를 늘렸으나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자 손실폭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의 월별 대차거래 상환액은 1∼3월에는 5조∼6조 원 수준이었으나 지난달에는 상환액이 8조5987억 원으로 급증했다.
미국의 저금리 기조도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투자를 늘린 원인으로 꼽힌다. 달러가 많이 풀렸지만 달러화 금융자산을 보유할 유인이 떨어지면서 이 돈이 고수익을 찾아 신흥시장으로 흘러든다는 것이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