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 Travel]현장에서/‘IT+자동차’ 국내선 아직 먼길

  • 입력 2008년 5월 19일 03시 01분


현대·기아자동차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제휴를 했다.

두 회사가 차량용 정보기술(IT)과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을 함께 제공하는 프로그램)’ 부문에서 포괄적인 공조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자동차와 IT업계간 제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드와 소니가 올해 초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폴크스바겐과 애플, BMW와 인텔은 이동형 사무실을 구현한 차량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자동차와 IT업체 간 짝짓기 바람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자동차와 IT업계의 협력 이유는 간단하다. 자동차업계로서는 갈수록 눈높이가 높아지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내비게이션, 차간거리제어, 엔터테인먼트, 첨단 에어백 등 IT기술을 접목한 장치를 추가하고 있다. 첨단 장치 장착으로 차 값을 올리면 결과적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IT업계도 자동차에 맞춤형 IT장치가 많이 들어갈수록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제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자동차와 IT의 만남’은 향후 세계 자동차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IT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는 자동차업체는 머지않아 도태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덕분에 상당수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은 IT 강국인 한국이 자동차 강국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낙관론’까지 내놓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은 상황에서 ‘IT 강국’의 장점을 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없지 않다. 선진국 자동차업체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것과 달리 현대·기아차는 일단 국내시장은 접고 들어가는 만큼 IT기술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술을 보유한 삼성그룹이 1990년대 말 자동차사업을 포기한 것이 다소 아쉽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삼성이 자동차 사업을 계속 했다면 현대·기아차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IT+자동차’ 분야를 국내 자동차 업계가 선점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국내에서 독주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한 번은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인 것 같다.

송진흡 기자(산업부)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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