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주권 명문화 합의… 쇠고기 사태 새국면

  • 입력 2008년 5월 19일 15시 29분


한국과 미국 양국이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 발병할 경우 한국의 수입중단을 인정하는 검역주권을 명문화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쇠고기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검역주권 명문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포함한 한미 추가협상 결과를 20일 브리핑을 통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 쇠고기에 대한 반발 여론을 가라앉히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을 마무리하기 위해 한승수 국무총리의 지난 8일 대국민 담화이후 미국과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의 수정을 논의해왔다.

관심은 여론의 향방이다. 세부 합의내용 발표로 정부의 검역주권 명문화 노력이 여론의 인정을 받을 경우 쇠고기 사태는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의 경우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FTA 비준.쇠고기 수출 이해 접목

한미 양국이 검역주권 명문화에 합의한 것은 양국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 악화된 여론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17대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미 FTA가 18대 국회로 넘어가면 비준동의안 통과에 상당한 시간을 낭비해야 하고 이로 인해 내년 초 협정 발효라는 목표에 차질이 생긴다.

미국도 일본, 멕시코와 함께 3대 쇠고기 수출시장인 한국에 쇠고기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한국 내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의 재협상 요구에 응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이미 보장돼 있는 검역주권을 명문화해주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 이행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한국에 대한 쇠고기 수출이 재개돼야 한다는 점도 미국 행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 별도문서로 보장

이번 추가 협의 결과로 미국은 자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때 우리나라가 수입을 즉각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문서 형식을 빌려 보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8일 타결된 합의문 5조, 즉 수입위생조건 5조는 미국에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했을 때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 광우병 지위 분류에 부정적 변경을 인정할 경우 한국 정부는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 마디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정부가 곧장 쇠고기 수입을 막을 수는 없고, OIE가 현재 '광우병 위험 통제국'인 미국의 광우병 위험 관련지위를 낮출 경우에만 수입을 중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검역주권 상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 b항의 규정을 원용, 앞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곧바로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고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우리 측의 권리에 대해 구두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단순한 구두 합의로 검역 주권을 보장받기 어려운 만큼, 재협상 등을 통해 이 부분을 수입조건에 못 박으라고 요구해왔다.

이후 한미 정부도 추가 협의를 통해 결국 이 부분의 명문화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합의문 5조 자체를 건드리기 보다는, 우리 측이 미국산 수입조건에 대한 농식품부장관 고시에 부칙으로 "광우병 발병 시 수입을 금지 하겠다"는 규정을 추가하면 미국 정부나 주한 미국대사관이 이 부칙 내용과 우리측 권리에 대해 인정한다는 외교 문서(letter)를 써주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 횡돌기.측돌기 등 수입금지 SRM 추가

척추의 횡돌기. 측돌기, '천추 정중천공능선(소 엉덩이 부분의 광우병 위험물질이 포함된 뼈)' 등도 기존 합의문과 달리 수입이 금지되는 광우병위험물질(SRM)에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위들은 식품의약국(FDA) 등 미국 내부 규정에는 광우병위험물질(SRM)에 포함돼 있지만 이번 수입위생조건에서는 수입이 허용돼 논란이 됐었다.

기존 수입위생조건에서는 수입할 수 없는 SRM으로 '30개월령 이상 소의 척추'를 규정하면서도 이 가운데 '경추. 요추. 흉추의 횡돌기와 극돌기, 천추의 정중천골능선과 날개를 제외 한다'고 돼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이 부위들은 척수 등 주요 SRM과 직접적 접촉이 없어 유럽연합(EU) 등은 아예 SRM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해왔다.

또 이번 수입위생조건 제1조에서 수입할 수 있는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이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대로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부위와 이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정의돼있는 만큼, 미국 안에서 식용이 아니기 때문에 가공 과정에서 제거되는 이 부위들이 우리나라에 수출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추가 협의 과정에서 미국 측의 협조를 얻어 아예 수입위생조건에서 이 부위들도 SRM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 입장에서도 수입위생조건 제1조에 따라 어차피 수출하지 못하는 부위를 보다 명확히 함에 따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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