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설비투자 않고 돈 굴리기

  • 입력 2008년 5월 20일 02시 57분


작년 금융자산 등 증가율 30.8%

韓銀, 5149개 기업 분석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외형과 이익은 늘었지만 고용유발 효과가 큰 설비투자는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업들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설비투자 대신 금융상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은행이 연간 매출액 25억 원 이상인 기업 5149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07년 기업 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9.5%로 2006년보다 3.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4년(13.3%) 이후 최고치다. 또 총자산 증가율은 11.8%로 1997년(21.3%) 이후 가장 높았으며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도 5.6%에서 5.8%로 소폭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고유가 등으로 경영여건이 어려웠지만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을 공장을 짓거나 기계 설비를 늘리는 데 쓰기보다 국내외 금융자산을 늘리는 데 주로 썼다.

지난해 제조업의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유형자산 비중은 2006년 38.6%에서 지난해 35.9%로 떨어져 1962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유형자산이란 건물, 토지, 기계설비 등 생산에 직접 사용하는 자산을 뜻한다. 반면 장기 금융상품이나 다른 기업 지분 등 투자자산 비중은 총자산 중 20.7%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현금성 자산의 보유 비중은 10.3%로 1973년(10.4%) 이후 3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는 기업들이 당장의 존속에 필요한 현금유동성을 선호한 결과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이 금융자산보다 유형자산 투자를 많이 해야 고용유발 효과가 커진다”며 “기업들이 과거 고도성장기 때에는 시설투자를 많이 했지만 산업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제조업 분야에서 대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10.2%로 중소기업(7.8%)보다 높았으며 세전 순이익률도 7.9%로 중소기업(3.8%)을 크게 웃돌았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제조업 기업들의 유형자산 및 투자 자산 증가율 추이 (단위: %, 전년 대비)
유형자산 증가율투자자산 증가율
2003년1.711.9
2004년4.812.3
2005년6.217.4
2006년6.017.0
2007년4.930.8
유형자산은 건물, 토지, 기계설비 등을 포함하며 투자자산은 만기 1년 이상 장기금융상품, 타기업 지분 등을 포함. 자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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