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 주름 펴는 ‘6시그마 전도사’

  • 입력 2008년 5월 22일 02시 54분


농심 손욱회장 취임 두달 안돼 ‘새우깡 파문’ 시련

“고객 신뢰 되찾자” 조직 슬림화-혁신팀 등 꾸려

임직원들 “발로 뛰는 모습에 자극” 감동 e메일

“젊기에 용기를 내 회장님께 메일을 드립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힘들지 않습니다. 영업 일선도 바뀌고 있습니다. 작은 불씨가 되어 저 역시 영업현장에서 열심히 뛰겠습니다. 현업에 종사하면서 갖고 있던 아이디어도 함께 전달해 드립니다.”

손욱(사진) 농심 회장은 최근 농심의 한 영업사원으로부터 8장이 넘는 장문의 편지를 받았다. 손 회장 주도로 도입한 프로세스 혁신으로 고되기만 했던 영업 현장이 바뀌고 있고 ‘새우깡 사태’로 위축됐던 자신감도 되찾았다는 내용이었다.

손 회장은 “외부에서는 농심을 보수적이고 변화에 더딘 조직이라 생각하지만 최근 몇 개월 새 변화의 움직임은 다른 어느 조직보다 빨랐다”고 평가했다.

이물질 파동으로 곤욕을 치른 농심이 손 회장의 주도 아래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삼성SDI 사장 시절 ‘6시그마 전도사’로 불렸던 그는 농심 조직에도 6시그마를 적용하기 위해 그룹 내 핵심인력 200명을 뽑아 프로세스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6시그마란 제품 100만 개 가운데 불량품이 3, 4개에 그칠 정도(합격률 99.99966%)의 좋은 품질을 뜻한다.

조직도 한층 가벼워졌다.

손 회장은 최종 의사결정까지 6, 7단계이던 것을 2, 3단계로 줄였다. 대표이사 1명에게 집중된 의사결정을 부문별 총괄책임자에게 일임했다. 290개가 넘던 ‘과(課)’ 단위 조직을 70개로 통폐합했다.

그는 올해 초 농심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취임 초기만 하더라도 재계에서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식품업계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

그러다 취임 두 달도 안 돼 새우깡 사건이 터졌다. 손 회장에게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도 문제였지만 내부 임직원들의 사기를 어떻게 살려 놓을지가 더욱 큰 난관이었다.

하지만 손 회장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에 임직원들도 하나 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요즘 그는 매일 임직원들로부터 여러 통의 e메일을 받는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답장 보내는 일을 잊지 않는다.

농심 임직원들은 22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농심 사옥에서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고객 안심 캠페인 선포식’을 갖는다. 또 최고경영자(CEO)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전용 전화창구인 ‘핫라인’을 개설했다.

손 회장은 이날 소비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잃어버린 소비자의 신뢰는 농심이 감당할 수 없는 큰 시련이며 아픔”이라며 신뢰 회복을 위해 다시 뛰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