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글로벌 물류 큰 손 부상… 항공화물 3년연속 1위
《한진그룹은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종합 수송물류기업’이다. 국내 최초의 항공사인 대한항공, 국내 1위 해운업체 한진해운은 물론 육상 물류를 담당하는 ㈜한진을 갖춰 ‘육해공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은 3년 연속으로 국제항공화물 수송 실적 세계 1위를 자랑한다. 한진그룹의 물류 시너지 효과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17조5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결실을 냈다. 영업이익도 2006년 7095억 원에서 2007년 1조598억 원으로 49% 증가했다. 국제유가 급등 속에서 올린 성과다. 》
27개 계열사를 갖춘 이 그룹의 자산 기준 재계 순위는 11위(민영화된 공기업 포함)다. 최근 ‘글로벌 수송 명가(名家)’라는 표어를 내건 한진그룹은 총수인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업 분야를 섭렵한 전문가 그룹이 튼튼한 날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적 명품 항공사 대한항공의 ‘드림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국내 1위의 항공사를 세계적 항공사로 도약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한 조 회장은 오랜 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2000년 국제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 결성을 주도했다.
그는 1990년대 말 스타얼라이언스, 원월드 등 항공동맹체가 잇따라 탄생하자 당시 제휴사였던 델타항공과 에어프랑스 등을 설득해 스카이팀을 출범시켰다. 지난해에는 중국 최대 항공사인 난팡(南方)항공까지 영입해 세계 항공업계의 ‘큰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외교사절’ 역할도 적지 않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해 한국어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조 회장을 보좌하는 이종희 대한항공 사장은 여객 영업에만 20여 년을 몸담은 영업 전문가. 1969년 대한항공 공채 1기로 입사해 정비, 자재, 기획 분야를 두루 거친 뒤 여객영업본부장, 여객사업본부 사장 등을 지냈다.
이 사장은 해외시장 공략의 교두보인 스카이팀 창설에 기여했으며 2004년 사장에 오른 뒤 4년 연속 흑자를 올리고 있다.
서용원 대한항공 부사장은 인재개발 전문가로서 대한항공을 지탱한다. 하늘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인재는 서 부사장의 손을 거쳐 육성된다.
서 부사장은 인사조직(HR)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 인력 생산성 향상에 공헌했다. 사내 복지와 인재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대한항공을 ‘입사 선호 기업’으로 만들어낸 실무자이기도 하다. 특히 노사관계 안정화에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경환 대한항공 부사장은 다국적 컨설팅업체 임원 출신으로 2003년 대한항공 전무로 영입된 경영전략가. 그는 고(高)유가, 환율변동 등 급변하는 외부변수 속에서 대한항공에 적합한 항로를 제시한다. 최근 에쓰오일 지분 참여, 저가항공사 ‘에어코리아’의 설립 등 주요 투자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정비사로 입사한 조항진 대한항공 부사장은 정비, 자재, 시설 분야를 꿰고 있는 엔지니어 출신. 항공우주사업본부장을 맡아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제조기술을 책임지고 있다. 미국 공군 ‘F-16’ 항공기의 성능 개량 사업, B-787 설계 제작사업, 무인항공기 개발 사업 등을 도맡았다.
같은 정비사 출신인 강영식 대한항공 부사장은 정비본부장으로 안전 운항과 정시 운항의 전도사. 정비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비행장애율과 지연·결항률을 낮춰 대한항공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한 몫을 했다. 또 외국 항공사의 항공기와 엔진정비 수주 실적도 높였다.
대한항공의 미래는 젊은 양대 본부장이 짊어지고 있다. 강달호 대한항공 전무는 여객사업본부장으로 적극적으로 신(新)시장을 개척하고 해외 마케팅을 강화해 여객기 공급 실적을 높였다. 그는 15년간 유럽에서 근무한 유럽사업 전문가다.
화물사업본부장인 지창훈 대한항공 전무도 세계 1위의 국제항공화물 수송 실적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 전무는 특히 중국 정부가 외국 항공사에 개방하지 않았던 황산(黃山)에 노선을 개설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기타 계열사 이끄는 베테랑들
대한항공을 제외한 한진그룹의 계열사들은 오랜 기간 수송 노하우를 닦은 베테랑이 이끈다.
김종선 정석기업 부회장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1967년 한진그룹에 들어와 그룹의 모태인 ㈜한진의 이사, 한진그룹 경영조정실 감사팀장 등을 거쳤다.
김 부회장은 현재 항공계 인재를 기르는 정석학원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명확한 공사(公私) 구분, 내실 경영으로 그룹을 든든하게 이끄는 ‘맏어른’으로 알려져 있다.
노송성 정석기업 사장은 시설 분야에서 40년 가까운 경력을 발판으로 정석기업과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1970년 한진중공업에 입사한 그는 해외지사에서 11년간 구매를 담당하다 대한항공으로 옮겨 15년 이상 시설 관련 분야를 담당했다.
대한항공 출신인 한문환 한국공항 사장은 현장 중심의 경영인. 대한항공 전무를 거치며 여객운송과 지상조업 분야에서 생생한 현장경험을 갖췄다. 한국공항 대표이사로 온 뒤 연속 흑자와 경영체질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육상 운송은 석태수 ㈜한진 대표이사 전무가 이끈다. 대한항공 경영기획실 부실장, 전무 등을 거친 그는 올해 1월 한진그룹의 모태인 ㈜한진의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年매출 7조… 최은영號의 ‘세계 속 한진해운’▼
‘하늘’에 대한항공이 날고 있다면 ‘바다’에는 한진해운이 떠 있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과 함께 한진그룹의 양 날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다른 계열사와 달리 그룹과 어느 정도 떨어져서 독자적인 경영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생전에 아들 4형제에게 계열사 경영권을 나눠주면서 한진해운을 3남인 고 조수호 회장 몫으로 돌린 결과다.
언젠가는 그룹에서 분가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최근 “오너 3세들이 독자경영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흔쾌히 계열분리를 해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수호 회장이 2006년 11월 갑작스럽게 작고하는 바람에 계열 분리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연간 매출이 7조 원에 이르는 세계 10위(컨테이너 기준) 해운사인 한진해운을 이끄는 사령탑은 최은영 회장이다. 조수호 회장의 부인으로 한진해운의 개인 주주 가운데 최대 지분(2.14%)을 갖고 있다. 올해 1월 취임 이후 일상적 경영활동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때는 꼭 참여한다. 최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정숙 씨의 큰딸이기도 하다.
한진해운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을 주도하는 전문경영인은 박정원 사장. 1972년 한진해운 전신인 대한해운공사에 입사한 이후 36년간 세계 해운시장을 누빈 영업통이다. 중국 코스콘, 일본 K라인, 대만 양밍 등과 함께 세계 해운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KYHS얼라이언스’를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김영민 총괄부사장은 씨티은행 본사 및 해외지사에서 20여 년간 근무한 국제금융 전문가. 2001년 한진해운 미국 터미널 운영 자회사인 ‘TTI’사 사장으로 영입된 후 TTI를 미국 서해안 지역에서 대표적인 터미널 운영 회사로 성장시켰다.
이종선 전무는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컨테이너 사업부를 책임지고 있는 핵심 임원. 1977년 한진그룹의 모기업인 ㈜한진에 입사해 해운대리점 사업부에서 영업을 하다가 1987년 한진해운으로 넘어와 시카고지점장, 미주지역본부장 등을 지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 ‘2008 재계 파워엘리트’ 시리즈는 매주 화 목요일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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