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체등 환헤지 따라
은행권서 달러차입 늘어
어떻게?
조선 수주금 받으면 해결
외환위기때와 상황 달라
고민중!
정부개입설에 환율 출렁
재정부 “모니터링 강화”
정부가 최근 급증한 단기외채(만기 1년 미만의 외채)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음을 시사하면서 외환시장이 출렁거렸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2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단기외채 증가 원인을 분석 중이고 이를 억제하는 방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단기외채 급증세가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를 연상시킨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현재의 상황은 외환위기 때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정부 단기외채 증가세 ‘예의 주시’
최 차관이 단기외채의 문제점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최근 2년 사이 단기외채의 증가 속도가 매우 빨랐기 때문이다. 2005년 말 659억 달러였던 단기외채는 작년 말 1588억 달러로 140% 급증했다. 총외채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5.1%에서 41.7%로 확대됐다.
정부는 단기외채가 급증한 원인을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 △자산운용사들의 선물환 매도 △미국과의 금리차를 이용한 외국인의 국내 채권시장 투자 급증 등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체와 자산운용사들이 선물환을 매도하면 이를 산 은행은 달러 자산을 추가 보유하게 돼 환위험에 노출된다. 은행은 이를 헤지하기 위해 단기외채를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달러 부채를 늘리는 것. 또 국내외 금리차가 커지면서 외국은행 본점이 국내 지점에 투자자금을 빌려주면 그만큼 외화부채가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단기외채는 조선업체의 수주 대금이 국내로 들어올 때 없어지므로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부는 단기간 내에 단기외채 도입을 규제하는 대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출렁거리는 외환시장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최 차관의 단기외채 억제책 검토 발언으로 원-달러 환율이 개장과 함께 급등(원화 가치 하락)해 전날보다 달러당 12원가량 오른 1057.3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정부가 외채를 억제할 경우 달러 유입이 차단되면서 달러가 귀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개입 물량으로 보이는 약 1억 달러 정도가 시장에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8원 떨어진 달러당 1042.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단기외채에 과도하게 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부 당국자는 “정부가 단기외채 억제책을 쓸 것으로 시장에 알려진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그럴 상황도 아니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단기외채 급증 문제 점검’ 보고서에서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외환위기 당시 312%에서 현재는 60% 수준에 불과해 달러 유동성 부족에 대한 문제는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는 영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